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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잡으러 간 사나이 BBQ 윤홍근의 '치킨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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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1일 ‘예술의 거리’라는 미국 뉴욕 첼시 지역 7번가. 노란색 줄무늬 차양이 인상적인 아담한 치킨집이 문을 열었다. BBQ치킨 맨해튼점이다. 윤홍근 회장을 비롯한 제너시스BBQ 임직원들은 이날 뉴욕 매장 공식 오픈 기념식을 했다.

윤 회장은 “미국의 주류 사회를 공략하려고 왔다”며 치킨 본고장 미국시장에 정식 도전장을 던졌다. BBQ는 사흘 전에도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와 로스앤젤레스에 점포를 열었다.

◇맨땅에 헤딩?=미국에서 인지도는커녕 매장 한 곳도 없는 BBQ는 사업 파트너를 구하는 데서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BBQ는 2년 전 한인 교포사업가인 이명훈 피닉스 사장을 내세워 세계적 닭고기 생산·가공업체 필그림스프라이드와 접촉을 시도했다. 향후 미 전역에 매장을 낼 경우 전국 규모로 닭고기를 제공할 업체가 필요한 때문이었다.

연매출이 9조2000억원에 달하는 필그림 입장에서 BBQ는 동양에서 온 자그마한 무명업체에 지나지 않았다. BBQ와 이 사장은 1년간 e-메일을 보내고 필그림 직원들과 끊임없이 접촉을 시도했다. BBQ가 드물게 고급 기름인 올리브유로 닭을 튀기고 있으며 한국에선 하루에 한 곳꼴로 매장이 늘고 있다는 점을 최대한 부각했다.

미국에서 연 시식회도 반응이 좋았다. 필그림의 한 임원이 BBQ치킨의 파우더와 소스를 받아갈 정도였다. 마침내 지난해 8월 BBQ에 필그림이 닭고기를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계약서 교환 때 필그림이 윤 회장에게 전세기를 제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필그림의 한 임원은 “KFC도 매장 하나로 시작하지 않았느냐”고 격려했다는 후문이다.

◇현지인 공략=뉴욕과 캘리포니아 오픈 행사로 미국 내 BBQ 매장은 세 곳이 됐지만 개장한 곳까지 합치면 20개가 된다. 캘리포니아와 달리 맨해튼 매장 손님은 대부분 미국인들이다. 이 때문에 BBQ는 현지인 취향에 맞는 메뉴를 선보인다. 개점 직후 하루 매출은 2500∼3500달러. 매장이 자리잡게 되면 평균 4000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BBQ는 기대했다. 회사 측은 올해 안에 동부와 중서부에 100개씩 200개 매장을 열 것을 목표로 삼았다. 3년 안에 1000개, 2020년까지 1만 개 매장을 연다는 목표다.

과도한 포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회사 측은 “미 대학가 주변에 피자 외에 배달 음식이 없다는 점을 노려 대학생 1만 명 이상이 다니는 종합대 450곳에 배달 중심의 매장을 설립하겠다”고 답했다. 미국 이주를 희망하는 한국인 예비창업자 상대의 창업설명회도 열 예정이다.

BBQ는 2003년 중국 상하이점을 시작으로 43개국에 점포를 뒀다. 윤 회장은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는 무형의 노하우를 파는 프랜차이즈 산업이 긴요하다”며 “외식업을 21세기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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