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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s] 한국엔 없는 ‘한국 차’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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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업체가 만든 차라고 해서 모두 국내에서 판매되는 것은 아니다. 현지화 바람을 타고 해외에서 생산돼 해외에서만 팔리는 모델들이 꽤 있다. 하지만 국내업체가 해외에서 생산한 차를 국내에 수입해 파는 경우는 없다.

이 경우 수입차와 다를 것 없는 세금이 붙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모기업이 외국업체인 GM대우와 르노삼성은 한국에서 생산한 모델을 시보레, 르노 등의 브랜드로 해외에 수출한다.

외국 자동차 업체들은 오래전부터 현지화 모델을 만들어왔다. 포드는 수십년 전 미국과 유럽의 라인업을 분리했다. BMW나 아우디는 중국 시장 전용으로 축간 거리를 늘린 5시리즈와 A6 롱휠베이스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 i10은 2002년에 수요가 없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단종된 경차 아토스의 후속 모델이다. 차 폭은 형제차인 기아차 모닝과 같고 길이만 모닝보다 30㎜ 길다. 1.1L 4기통 가솔린 엔진이 장착되며 67마력의 최고출력과 L당 21.2km의 고연비를 자랑한다.

인도에서 생산되고 세계 70여 개국에 판매된다. 소득 수준이 높은 서유럽에서는 도심에서 타는 ‘시티카’로, 개발도상국에서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국민차’ 컨셉트로 팔리고 있다. 최근 국내 경차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i10을 한국에서 만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국내에 들여오면 가격이 올라가게 되며 그렇다고 국내 생산을 위해 공장을 새로 만드는 것도 비효율적이다. 모닝과 경합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기아차 씨드도 외국에서만 출시됐지만 국내에 꽤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현대 i30의 형제차인 데다 해외에서 꾸준히 호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씨드는 철저히 유럽시장을 공략하려고 만든 차다. 유럽인들의 취향에 맞춰 해치백형으로 설계했고, 승차감을 딱딱하게 설정해 안락함을 포기한 대신 뛰어난 핸들링을 얻어냈다. 씨드는 슬로바키아에서 생산한다. 일부 소비자들이 씨드의 국내 판매를 요구했지만 씨드 역시 수입할 경우 타산이 맞지 않다.

지난해 광저우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현대차 HDC는 중국형 아반떼다. 아반떼를 기본으로 만든 차지만 크고 화려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취향에 맞춰 겉모습은 국내의 아반떼와 꽤 큰 차이가 있다. 램프류를 날카롭게 디자인하고 그릴을 큼직하게 했다. 번쩍이는 크롬 장식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판매가 부진해지자 한국과 같은 모델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디자인을 크게 바꿨다. 생산은 베이징 현대 공장에서 한다.

GM대우와 르노삼성 차들은 해외에서 주로 다른 이름으로 만날 수 있다. 각각 글로벌 자동차 기업인 GM과 르노 소속이기 때문에 기존 브랜드와 유통망을 이용하는 전략이다. GM대우 차들은 시보레·폰티액·스즈키 등의 브랜드로 팔리고 르노삼성은 르노·닛산 브랜드로 팔린다.

자동차 기업의 글로벌화가 가속되면서 앞으로 해외에서 생산돼 해외에서만 팔리는 국산차는 더 늘어날 것이다. 국산 브랜드를 달았을 뿐 국산차라는 개념조차 모호해지는 시대가 왔다.

오토조인스=박진수 기자

*오토조인스(auto.joins.com)에서 기아차 씨드 의 동영상 시승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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