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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이방호는 낙천자들의 ‘표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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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요즘 제일 욕을 많이 듣는 사무총장이다.” 20일 오후 서울 공군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회의원 공천자대회. 이방호 총장이 단상에 올라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러곤 “정권교체를 위해 헤쳐 왔던 당원 동지 여러분이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걸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동지 한 사람 한 사람이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공천심사위원으로서 본 심정이 오죽했겠느냐”고 말했다. 이 총장의 토로대로 그는 요즘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도 그에 대한 공개적 비난 발언이 나왔다. 공천에서 탈락한 최구식 의원이 이 총장을 향해 “공천을 농단했다” “(공천으로) 원한 풀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 올해가 무자년인 점에 빗대 ‘무자사화’란 표현도 썼다.

최 의원은 “2006년 (이 총장이)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했을 때 (자신이 공천을 챙겨 줬으나) 도와주지 않은 의원들에게 원한이 쌓였고 이번에 모두 탈락했다”며 “고분고분하지 않은 싹은 미리 자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공천의 경우 친이는 ‘친이방호’란 말도 있다”고 했다.

자신의 공천 탈락이 이 총장과 껄끄러운 관계 탓이란 주장이었다. 또 이 총장의 모교인 부산고 또는 연세대 출신이 각각 경기고 또는 서울대 다음으로 약진한 걸 가리킨 것이다. 공심위 주변에선 사실 “이 총장의 입김이 컸다”는 말도 나온다.

이 총장은 “아무리 명(名) 총장이라고 해도 욕을 먹었을 것”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그는 “각 진영의 부탁과 압력을 조정해야 해 주도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모두에게 다 공천을 줄 순 없지 않느냐”며 “(최 의원 등 탈락자들의 주장은) 한풀이 발언”이라고 말했다. ‘권력 2인자’로 불리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도 요즘 이 총장 못지않게 ‘험구’를 듣고 있다.

역시 탈당한 김무성 의원은 연일 “이재오 의원이 총선 후 당권을 잡을 욕심으로 자신이 챙기는 사람이 여론조사가 3, 4등이 안 되는데도 밀어붙이는 해당 행위를 했다. 총선에서 낙선해 (정치 생명이) 끝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의원의 지역구(부산 남을)엔 이 전 최고위원과 민중당을 함께한 정태윤 전 경실련 연구정책실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뛰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과 가까운 인사는 “이 전 최고위원은 탈락자들이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는 상황을 안타까워한다”고 전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최근 “공심위 내엔 오히려 ‘이재오 측근이라고 알려진 사람들은 배제하자’는 묵언 같은 게 있었다”며 “당 공천 결과는 ‘이재오 죽이기’”라고 말한 일이 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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