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음식점도 선진기술 배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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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달 미국 할리우드 스타들이 몰려와 떠들썩했던 「플래닛 헐리우드」의 개장으로 이른바 패밀리 레스토랑의 선정성(煽情性)경쟁,충격요법은 극에 달한 느낌이다.
「코코스」보다는「티지아이 후라이데이즈(TGIF)」가,TGIF보다는「LA팜즈」가 조금씩 문화적 충격의 도(度)를 더하더니 이번 플래닛 헐리우드에 이르러서는 갈데까지 갔다는 느낌이다.
실제로 코코스.티지아이 후라이데이즈.스카이락.판다로사.시즐러.LA팜즈.데니스.플래닛 헐리우드 등 최근 문을 연 해외 브랜드의 패밀리 레스토랑에 대해서는 그때마다 적지않은 비판이 쏟아지곤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외식업 초기발달단계인 우리나라에서외식선진국의 식당을 들여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手順)인지도 모른다.
이들 대형 레스토랑을 운영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아 외국 본사가 기술로열티를 받고 국내 기업이 그 로열티를 감수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점포 인테리어,조리의 매뉴얼화,반가공된 식자재의 공급 등 식당운영에 따른 제반 소프트웨어를 국내기업들이 아직 갖고 있지 못한 것을 어찌하는가.
외식업은 이제 차세대 산업분야로 부상하고 있다.때문에 선진화된 기술을 하루라도 빨리 받아들이는 기업이 어떤 면에서는 현명하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도입과 모방의 단계를 거친 후의 기업의 자세다.단순히 장사가 잘된다는데 만족해 이런저런 비판에 귀를 닫고돈이나 세고 있다면 기업이 아닌 장사치로 머물 수밖에 없다.
지금 쏟아지는 비판과 지불되는 로열티를 수업료로 생각하고 일본의 「스카이락」과 같은 국내 독자브랜드를 탄생시키려는 노력이필요하다.당당히 로열티를 받고 팔 식당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패밀리 레스토랑을 찾는 사람들이 단지 미 국식 분위기의추종자라서만 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넓은 주차장에 만족하고,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는 종업원들의 겸손함에도 만족한다.
손님이 많아 기다릴 때는 원두커피를 무료로 제공하는 세심함,음식에 문제가 있다면 군말없이 바꿔주는 여유로움도 고객을 부르는 요소다.비판도 비판이지만 왜 고객이 모이는지 냉정한 분석이보다 필요한 때다.
李 京 宣〈유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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