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여행>영월 동강 나리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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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산천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명산대천의 명소를 찾는 것이 아니라천년 만년 숨어 있는 비경(비境)이나 보통사람들은 섣불리 가지못하는 오지(奧地)를 찾아간다.
50년전 한국은 태반이 그런 곳이었고 20년전의 산천 역시 그런 곳이 많았다.그러나 지금은 그런 곳이 별로 없다.걸어서 하루를 가던 곳을 자동차로 한시간이면 가고,길이 험해 자동차로두세시간 가던 곳도 포장이 완료돼 단숨에 도착한 다.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로서는 이러한 현상으로 몹시 괴로움을 당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한때는 혼자 숨겨놓고 혼자만 다니면서남들 몰래 「그곳에 있는 고기」를 몽땅 파먹으며 독야낙락(獨也樂樂)하는 경우가 많았다.그러나 지금은 혼자 숨 겨놓고 파먹을낚시터가 별로 없다.실토한다면 나도 그동안 아무리 쓸 곳이 없어도 공개하지 않던 나홀로의 낚시터가 있었다.
오지 속의 비경이었다.차로 가기도 어렵고 걸어가기는 더욱 어려운 곳이었으며 산천을 웬만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알려 주어도 가다 무서워 되돌아오는 곳이었다.
그러나 숨겨놓았던 그 낚시터의 환경은 많이 바뀌었다.상당구간이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포장되고 비포장 구간은 얼마 안된다.다만 지금도 길고 어둡고 음산한 터널이 중간에 도사리고 있어 초행자는 굴속을 통과하다 되돌아오고 싶은 충동에 빠 진다.
깊은 산 깊은 곳에 꼭꼭 숨어있는 나리 나리 「나리소」가 바로 그곳이다.영월 어라연 상류,정선 귤암리 하류에 위치한 동강의 한토막으로 신동에서 진입하면 가기 쉽다.
가기만 하면 아직도 맑은 강과 푸른 산,그리고 푸른 하늘과 펄펄 뛰는 강고기가 밤낮으로 환영대회를 열어준다.
〈한국견지낚시클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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