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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홈뉴패밀리>조기유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가정이 변하고 있다.고전적 의미의 가정이 서서히 해체되고 가족성원의 개성이 두드러지는 새로운 가정상이 나타나고 있다.통신기기의 발달은 부모자식간의 대화방식도 첨단으로 이끌고 세계화바람에 가족들이 전세계에 흩어져 사는 글로벌 가정도 등장하는 시대다.그만큼 가정을 둘러싼 변화의 광풍이 드세어지고 있다.변화의 바람에 돛을 높이 세우고 미지의 바다를 항해하는 요즘 뉴홈-뉴패밀리의 모습을 시리즈로 엮는다.
A공대 金모교수는 올해 58세다.같은 대학 병원에서 근무하는 그의 부인은 53세.
장성한 자식들도 있을법 하건만 두내외만 40여평 아파트에서 쓸쓸이 생활한다.그렇다고 자식이 없는게 아니다.아들이 둘이지만모두 중.고등학교 때 캐나다로 조기유학을 떠나 내외만 넓은 집을 지킨지 벌써 7년째가 됐다.
연락은 한달에 한번 전화통화정도.매년 6월 여름방학이 돼야 아이들이 2주일정도 다녀갈 뿐이다.
두 아들은 이미 서구식 사고방식에 젖어있어 부모 자식간의 다정다감한 대화는 사라진지 오래고 아예 캐나다에서 살겠다고 해 난감한 처지다.
『집안이 도서관같아요.아이들이 없으니 부부간에 대화도 줄고 그저 각자 방에서 조용히 책을 보면서 소일하죠.특히 명절때 적막한 집에 둘만 있다보면 아이들이 그리워지지만 어쩔수가 없어요.』 金교수의 이 말은 자식들을 일찍 외국으로 유학보내고 부부둘만이 외롭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 시대 새로운 가정상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중.고등학생들의 조기유학이 늘면서 가정 풍속도도 바뀌고 있다. 아이들을 외국에 보내고 덩그러니 중년부부만 사는 신종 「외톨이 가정」(?)이 느는 것이다.
지난해 말 현재 외무부가 추산한 미국 유학생은 약 4만3천명.이중 4분의1가량인 1만여명이 고등학교 이하의 조기유학생으로추정되고 있다.
특히 이들중 대부분은 서울 강남출신 청소년들이다.
실제 지난 3월 한 언론기관이 강남의 10개 고교를 대상으로조기유학실태를 조사한 결과 지난 1년간 한 학교당 30~1백명씩 모두 4백77명이 미국을 비롯,캐나다등 영어권지역으로 유학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잡지의 편집장인 趙모(46.여)씨는 남편과 사별한 뒤 90년 중3이던 외동딸을 미국으로 유학보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미국으로 간 딸아이는 타지생활에 잘 적응했고 지금은 뉴욕 시라큐스주립大에서 상업미술을 전공하는 자립심 강하고 밝은 성격의 처녀로 성장했다.
趙씨는 『한국에서는 외로움을 못견뎌하던 아이가 외국생활은 잘적응해줘 조기유학이 우리 모녀에게는 돌파구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정진곤(鄭鎭坤.교육학)교수는 『아이의 조기유학은부모와 자식간의 대화단절이라든지,자식이라는 매개체가 떠나버린 텅빈 공간 때문에 생기는 부부간 갈등등 문제점도 야기하는게 사실』이라면서 『무엇보다 타국에 떨어져있는 아이와 편지 .전화등꾸준한 대화를 통해 거리를 좁히고 부부간에 틈을 좁히는 노력이필요하다』고 강조했다.
金鍾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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