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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내공간 미니방 설치 바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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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집에 널찍한 방이 있고 거실 또한 넉넉한데도 굳이 단독주택의다락방이나 지하방,아파트의 작은 방을 휴식 공간으로 선호하는 30~40대 가장이 늘고 있다.
자녀들 차지로 치부되던 영역이 어른에게 중요한 구실을 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집안에 그럴만한 공간의 여유가 없을 경우 베란다를 이러한 용도로 꾸미거나 넓은 안방을 블라인드나 커튼으로 구분,한 쪽에 소파나 간이 침대를 두고 혼자만의 아늑함을 즐기기도 한다.
대우건설도 약간 형태가 다르기는 하지만 아파트의 안방을 개폐형으로 설계,베란다쪽에 쪽마루를 깔고 안방과 투명 유리문으로 구획지어 미니 테이블 등을 둘 수 있는 1평 가량의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이같은 경향은 바쁜 일상 생활에서 새 둥지나 누에고치속 마냥편안함을 느끼고 싶다는 욕구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가정에서도 자기만의 고유한 삶의 질을 추구하려는 개인주의 성향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집의 위치나 전체 규모와는 상관없이 그 안에서 조용히 파묻혀지낼만한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또 누가 찾아오더라도 좁은 공간은 널찍한 거실에서는 맛볼 수 없는독특한 친근감과 아늑함을 느끼게 되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는게 한결 같은 반응이다.
최근 피아노와 아이들 장난감을 넣어두던 2.5평 정도의 작은방에 간이 침대와 의자를 들여놓고 자신의 개인공간으로 쓰고 있다는 김영태(金泳泰.37.회사원)씨는 『전에는 집에 오면 저녁식사를 하고 별다른 대화도 없이 텔레비전을 보 다 잠자리에 들기가 일쑤였지만 이제는 작은 방에서 다른 식구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책도 보고 컴퓨터도 두드려 보는 한편 명상도 할 수 있어무척 편안하다』고 흡족해 한다.
단독주택에 사는 도상철(都相哲.41.사업)씨는 『어른 둘이 누우면 빠듯할 정도인 2평 남짓한 반 지하방을 친구의 권유로 3년전 서재 겸 오디오 방으로 꾸몄다』면서 『하루 일과가 끝나면 개인 시간의 많은 부분을 이 곳에서 보내게 마 련이지만 가족들이 자주 놀러와(?) 대화 시간은 오히려 늘어난 느낌』이라고 경험을 소개한다.
또 가까운 친구들도 가끔씩 이 곳에서 만나는데 오랜만에 만나도 서먹하지 않고 주의력이 분산되는 거실에서보다 훨씬 깊고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자랑한다.
이데아 디자인 대표 조미령(趙美玲)씨는 『크고 화려한 것만 치우치던 프랑스 루이 14세도 베르사유 궁전에 이른바 「쥐구멍」이라는 작은 방을 여러 군데 만들어 친한 친구들과 은밀한 만남을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같은 복고풍 경향은 앞으로 사회가 첨단화.복잡화 될수록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전망했다.
〈金明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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