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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엄마' 학원 선택 노하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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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엄마' 학원 선택 노하우

전교 1등이 다니는 학원은 어디인지, 특목중·고를 가려면 어떤 학원을 보내야 하는지, 신학기 학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공부 잘하는 아이를 따라 보내기도 하고, 엄마들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기도 한다.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에 등장하는 열성엄마의 모습은 더이상 픽션이 아니다. 자녀를 특목중·고에 보낸 강남엄마들에게 ‘학원선택 노하우’를 들어봤다.

“발품 팔아 비교하라”

대원외고 이원영군 어머니 김경배씨

 대원외고 신입생 이원영(16·이사장 장학생)군의 어머니 김경배(41·강남구 일원동)씨는 “엄마가 얼굴에 철판을 깔고, 학원을 헤집고 다녀야 자녀가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씨는 대치동 일대 웬만한 학원의 교육과정은 꿰고 있을 정도의 ‘정보통’이다. “전화상담만으로 내 아이를 맡길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지론. 학원을 선택할 때는 반드시 직접 방문해 각 학원의 장·단점을 파악했다. 심지어 담당강사를 만나 수업진행 방식을 듣고, 교재까지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는 아들에게 학원 커리큘럼과 강사스타일을 설명한 뒤 성향에 맞는 학원을 함께 골랐다. 김씨는 “공부 잘하는 학생이 많다고 좋은 학원이 아니라 내 아이에게 맞는 교육과정을 갖춘 곳이 좋은 학원”이라며 “아이가 학원선택 과정에 동참하면 ‘자신이 고른 학원’이라는 책임감 때문에 좀더 적극적으로 공부한다”고 말했다.
 영어학원 선택기준 첫째는 ‘강사들의 열의’. 김씨는 “영어는 시간을 투자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며 “아이에게 관심을 많이 가지는 학원, 엄마와 긴밀한 연락이 오갈 수 있는 학원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단어를 외우게 한 뒤 시험을 통해 확실히 점검하는 학원, 말하기·쓰기·듣기·읽기 등 4개 영역이 한곳에서 이뤄지는 시스템을 갖춘 학원을 골랐다. 학기중에는 1주일 3번, 방학때는 매일 영어학원에 보냈다.
 수학의 경우 김씨는 “허영심을 버려라”고 조언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 공부 잘하던 아이들은 중학교에 올라와 대부분 수학경시학원을 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과학고 지망생을 제외하곤 심화반을 다니며 기본기를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학경시학원에 다니면 실전위주의 문제풀이 감각은 늘지 모르지만, 기본기를 소홀히 할 수 있다고 꼬집는다. 김씨는 “내 욕심에 중 1부터 1년 반동안 아이를 수학경시학원에 보냈던 게 후회된다”고 털어놓았다.
 국어는 중1 겨울방학부터 독서토론 학원에 보냈다. 1주일 1권의 책을 읽은 뒤 독후감을 쓰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7~8명의 학생이 함께 토론수업을 하는 곳이었다. 그는 “아이가 하나의 현상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게 됐다”며 “외고입시 구술면접에서 글의 주제와 핵심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 곳 정해 꾸준히”

청심국제중 박예니양 어머니 박상욱씨

 박예니(15·청심국제중 3)양의 어머니 박상욱(45·강남구 도곡동)씨는 “유아·초등학교 때는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게 중요하다”며 “여기저기 학원을 옮겨다니기보다 아이에게 맞는 학원을 정해 꾸준히 교육시키는 게 좋다”고 말한다.
 박씨는 영어를 ‘인내심 있는 사람이 성공하는 과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예니양이 5세 때 집에서 3분 거리의 영어유치원에 보냈다. 아이가 집에서 떨어진다는 부담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원어민 교사의 프로필 하나하나를 검토·분석한 뒤 수업을 의뢰했다. 7세 때부터는 원어민 교사에게 과외를 받도록 했다. 박씨는 “처음부터 학원에 보내면 다른 학생들과 경쟁하면서 위축될 수 있다”며 “원어민에게 1대1로 배우면서 영어에 대한 친밀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는 선배엄마들의 조언에 따라 영어전문학원에 보냈다. “동갑내기 아이를 둔 엄마들끼리는 경쟁심이 있어 학원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 2년 정도 선배엄마들 중에 학원정보가 많은 엄마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정보습득의 지름길”이라는 게 박씨의 말이다. 그는 단어암기, 상당량의 숙제 등 철저한 학생관리를 해주는 곳이 좋은 학원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초등학교 때는 한 학원에 오래 다니면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건의를 통해 바꿔나가는 게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수학은 맥을 끊지 말아야 한다”고 박씨는 당부했다. 1주일 1차례라도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는 것. 그는 계산력 위주의 학원보다는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국어와 수학능력을 한꺼번에 키울 수 있는 학원에 보내라고 조언한다. 박씨는 “수학문제를 보면 긴 지문을 읽고, 이를 토대로 계산능력을 묻는 유형이 있다”며 “이런 문제들을 많이 푸는 학원에 보냈던 게 국제중 심층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초등학교 학부모들에게 “학원일정은 아이가 소화해 낼 수 있는 선에서 빠듯하게 구성하되, 하루 2개 이상의 학원을 보내는 것은 무리”라며 “아이 일정에 맞춰 엄마도 따라하면서 적절히 학습강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딸이 다니는 청심국제중 기상시간(오전 6시)에 맞춰 일어난다.

프리미엄 최석호 기자, 사진=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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