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농협 이대론 안된다] "전업農 발전에 주력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농협 개혁의 핵심은 농민들이 장사를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국내에 몇 안되는 농업전문 컨설팅 업체인 지역농업네트워크 박영범(39)대표는 농협이 금융사업에만 치중하는 게 영 불만이다.

朴대표는 국내에서 농협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안성지역 농협 간 연합'의 산파 역할을 한 인물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농협의 협력이 필요한 이유는.

"과거에는 개별 농협이 재래시장에 내다 팔기만 하면 됐다. 비싼 것은 비싼대로, 싼 것은 싼대로 수요층이 있었다. 그러나 대형 유통업체가 생기면서 유통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유통업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품질의 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한다. 그 기준에 맞춰 생산도 하고 물량도 맞춰야 하는데 한두 개 농협으론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농협 개혁은 어떻게 해야 하나.

"농협개혁의 본질은 농협이 생산하는 것이 잘 팔리도록 여건을 만드는 일이다. 쉽게 말해 장사를 잘 하는 게 중요하다. 장사를 잘 하려면 면단위 조합으로는 안된다. 대형화가 필수적이다. 그러려면 인위적으로 합병해야 하는데 정서상으로 쉽지 않다."

-단위조합의 대형화는 어떻게 해야 하나.

"판매사업을 주관하는 지역연합체를 만들고 독립경영을 보장해주는 방식이 필요하다. 세계무역기구(WTO)가입 이후에는 중앙정부가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 대신 지방정부는 여력이 있다. 농협연합체의 운영목적도 빈농보호가 아니라 전업농의 확산과 발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신 복지문제는 단위 조합을 통해 밀착형으로 지원해야 한다."

-농협중앙회의 역할도 바뀌어야 하나.

"중앙회는 연합조직이다. 그동안 열심히 잘 해왔지만 핵심 사업인 경제사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경제사업 중심으로 빨리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교하농협의 해산 결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긍정적으로 본다. 사업 측면에서 교하농협은 적자가 아니다. 하지만 흑자가 나더라도 조합원들을 위해 봉사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없애라고 할 수 있다. 농협 조합원들의 의식이 살아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결의다."

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