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에볼라의 공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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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976년 7월6일 아프리카의 수단 남부 엔자라(Nzara)에 사는 한 남자가 눈.귀등 몸의 모든 구멍으로 피를 토하며 급사했다.유지(Y-uG)라는 이름 첫 글자로만 알려진 이 남자는 섬유공장 직매장에서 일하며 부근 에볼라江 유역 열대 원시림에서 사냥을 즐겼다.그의 가게 책상 뒤에는 섬유 천들이 더미를이루고,천장은 박쥐들의 놀이터였다.바이러스가 어떤 경로로 그에게 침투됐는지는 알 길이 없다.그는 병원에도 가지 않았고,가족들은 보통처럼 장례를 치르고 그를 땅속에 묻었다.
유럽과 미국에서 의사들이 그의 무덤을 찾으면서부터 그 무덤은「에볼라 수단」의 순례지로 떠올랐다.그가 죽은 며칠후 동료 2명이 또다시 피를 토하고 죽었다.그중 한명은 바람둥이였다.
그와 관계했던 여성들이 잇따라 희생됐다.그해 가을 에볼라는 자이르에도 나타나 근 3백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79년 미국 워싱턴 근교 레스톤의 한 생약연구실에서 필리핀産원숭이가 까닭모르게 죽었다.두 연구원도 가벼운 증세를 일으켰다.혈액검사 결과 에볼라로 밝혀졌다.이 죽음의 바이러스는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에볼라 수단」「에볼라 자이르」「에볼라 레스톤」으로 어느새 「가족」을 이룬다.
세계 의학계는 지금까지 열대 정글에서 원숭이.박쥐등 동물 1백여마리를 잡아 매개체 추출분리를 시도했으나 결과는 모두 음성반응이었다.유일하고 확실한 실험대상은 이제 감염된 사람밖에 없다고 한다.최근 자이르 현지로 급파된 11명의 특 별임무반은 프랑스 파리의 파스퇴르연구소,미국 애틀랜타의 질병통제예방센터,벨기에의 「국경없는 의사그룹」등 최고의 인지(人智)를 규합했다. 「하이테크 제3의 문명」을 비웃듯 원인 모르게 창궐하는 신종 바이러스를「떠오르는 바이러스들」(Emerging Viruses)로 부른다.뉴욕 록펠러대학의 바이러스학자 스티븐 모스가 만들어낸 말이다.「신흥산업국」「신흥증권시장」에 버금 가는「신흥바이러스群」이다.논픽션 베스트셀러『죽음의 감염지대(The Hot Zone)』는 이 에볼라의 공포를 다루었고 『다가오는 괴질(怪疾)』은 새 질병에 의한 세계 균형의 파괴를 경고한다.
열대 원시림의 분별없는 파괴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들이 인간에속속 침투되고 있다.에이즈에 이은 에볼라의 공포다.인류의 자업자득이라는 질책도 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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