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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광주비엔날레 총감독 맡은 李龍雨고려대교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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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광주(光州)비엔날레는 실패할 이유가 없습니다.』 국제규모의비엔날레로는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광주 비엔날레의 총감독을 맡은 이용우(李龍雨.47 고려대교수)씨.
10일 오후 광주비엔날레의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李씨는 광주비엔날레가 개최결정에서부터 최근 한국측 작가선정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른 것을 의식한듯 준비상황에 이상없음을 강조했다. 『전시준비는 90%까지 됐습니다.남미쪽 작가 일부의 추천이 덜 끝났지만 비엔날레 본전시에 초대될 작가나 특별전초대작가의 선정은 거의 마쳤습니다.여러사람이 비엔날레의 성공을 위해애쓰고 있어 순조롭게 진행중입니다.』 李씨는 또 최근 유럽출장을 통해 60년대 플럭서스멤버였던 란즈베르기스 前리투아니아대통령으로부터 광주비엔날레 개막식 퍼포먼스의 참가승낙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제비엔날레의 총감독(Director General)은 세계적으로 현대미술에 대한 안목과 식견을 인정받은 뛰어난 미술평론가들이 맡아온 자리.그래서 한번이라도 국제비엔날레의 총감독을 맡았던 사람은 톱클라스의 현대미술평론가로서 어느 국제미술행사에서나 상석을 배정받는 등 국제적인 예우가 뒤따르게 된다. 李씨가 국내에서 열린 첫 국제비엔날레행사에 총감독을 맡았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능력을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또 우리나라가 그동안 국내에서 벌인 국제전에 항상외국 미술평론가들의 손과 머리를 빌려왔던 데서 드 디어 탈피했다는 것을 상징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총감독으로서 李씨가 맡은 일의 범위는 비엔날레의 주제설정에서커미셔너선정,작가추천까지 비엔날레행사의 핵심인 전시에 관한 모든 일이다.그와 함께 일하는 국내 미술평론가만 10여명이 넘으며 그가 집행하는 예산만도 약60억원이다.
『광주비엔날레는 색다른 형식의 비엔날레가 될것을 확신합니다.
현대미술이 분화되고 전문화되면서 예술품.작가.관객이 서로 무슨얘기를 하는지 알수없게 된 구조를 깨부수고 오랫동안 잊혀졌던 잔치형식의 예술을 다시 부각시켜볼 예정입니다.』 李씨의 이런 비평적 관점을 담은 것이 『경계를 넘어(Beyond Border)』라는 광주비엔날레의 전시주제다.이는 93년 미국 휘트니비엔날레의 주제였다는데서 일부에선 진부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李씨가 말하는 「경계」는 인 종적.성적 차별이나 민족간의 벽이란 서구적 의미와는 조금 다른 것이다.
李씨의 생각은 우선 서구 모더니즘이 부딪친 벽을 하나의 경계로 보고 그것을 넘어보자는데 있다.
산업사회에서 예술이 전문화되면서 점점 어려워져 관람객과 유리되고 있는데 그위에 작가 역시 상업주의 구조속에서 스타로만 부각되다보니 관람객은 작가의 그림을 보는게 아니라 스타가 된 작가의 이미지만을 좇아다닌다는 것.李씨는 이번 비엔 날레에서 예술과 현실사회,예술과 역사가 건강하게 서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한다.이런 컨셉트를 민주화투쟁지로서의 광주의 지역성과 연관시켜 이번 비엔날레에 분명하게 부각시킬 예정이다.
『이번 비엔날레가 적어도 서구에서 흔히 볼수 있는 「대가들의잔치판」으로 끝나지는 않을 겁니다.처음부터 커미셔너들에게 기존미술계에서 행세하고 누려온 사람들은 제쳐놓고 신선한 생각을 가진 30~40대작가들을 많이 추천해달라고 했습 니다.분명 새로운 경향의 예술이 선보일 것입니다.』 총감독 李씨의 이런 생각은 9월20일 광주 중외공원에서 개막될 광주비엔날레 본전시와 5개의 특별전을 통해 검증받게 된다.
비엔날레의 막이 올라간뒤 총감독으로서 비평적 입장을 검증받는것과는 별도로 그의 일에 대한 추진력과 돌파력.대외교섭력은 이미 국내외에서 정평이 나있다.
영어.불어.독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李씨는 일간지 미술기자시절인 89년 舊유고연방 류블랴나 국제판화비엔날레의 심사위원을 맡아 활동했을 정도로 국제통이다.
李씨가 92년 미국.프랑스.독일의 세계정상급 미술이론가.행정가들을 불러모아 개최한 「20/21세기 미술심포지엄」은 국제통인 그의 영향력을 과시한 자리였다.
그는 미술기자에서 미술평론가.대학교수의 자리로 숨가쁜 변신을거듭하면서 80년대 후반부터 빈번해진 국내외 미술교류등의 행사에 깊숙이 관여해 『한국미술계를 통째로 좌우한다』는 시기어린 질투를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저에 대해 잘못 알려지고 왜곡된 소문이 많은데 질렸습니다.
그러나 외국과의 일은 일대일 대인관계에서 시작되는게 많아 다른사람과 터놓고 공유하기 어렵습니다.그래서 자연히 이상한 시선을보내고 시샘이나 질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 다.저자신은 이런 소문에 개의치 않습니다.외국과의 일을 통해 내 개인의 이익을 챙긴 것은 전혀 없으며 오히려 적게라도 한국현대미술을 외국에 알렸다는데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연세대 국문과를 마친 李씨는 동아일보기자를 거쳐 91년 미술평론가협회의 신인미술평론부문 당선을 통해 평단에 데뷔했다.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마치고 94년부터 고려대 미술교육과교수로 재직중이다.
『광주비엔날레와 10월 영국 에딘버러에서 열리는 한국미술소개전을 끝낸뒤 중단중인 매체미술론과 설치미술론 책2권을 마무리해출판할 예정입니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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