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진단>지하건설사고 왜 되풀이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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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제 건설현장도 첨단산업의 공장과 같아져야만 한다.
제대로 된 정보와 인력,장비를 갖추고 제대로 비용을 들이게끔철저하게 뜯어고쳐야 한다.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건설현장도 갈수록 복잡해지고 고도의 정밀성을 요구하는「하이 리스크,하이 테크」의 현장으로 바뀌고 있다. 지하철.고속철도.정보통신망 공사 등이 과거의 상하수도 공사와 같을 수 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밀한 공사를 위한 각종 정보가 턱없이 미비할 뿐 아니라 공사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자세나 공사 방법도 여전히 과거 주먹구구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구 사건과 같은 참사의 원인은 바로 공사 현장의 이같은 극심한 불균형에 있다.
도시의 지하는 그냥 파면 되는 땅이 아니다.
도시의 지하는 겹겹이 쌓여 있는「기반 시설의 층」으로 생각해야 한다.
가스관,상.하수도관,고압전선에서부터 정보통신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반 시설들이 지나고 있는 곳이 도시의 지하다.
어느 것 하나라도 잘못 건드렸다가는 도시 기능이 마비되거나 많은 사람이 떼죽음을 당할 것들이다.
앞으로 정보화가 가속적으로 진전되면서 이같은 위험도 더욱 커질 터인데 아직도 공사현장에 가면 그 지역을 지나는 각종 시설물에 대한 정확한 지식도 없이 대충 대충 공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국의 경우 가스관이 지나는 부분의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발굴허가서가 나와야 하고 발굴허가서가 나오고 난 뒤에도 가스감독자가 공사 현장에 상주한다.
해외와 국내의 건설현장 경험이 많은 D건설 현장소장은 우리 나라도 가스공사가 감독을 하고는 있으나 실제 관리는 외국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소홀하다고 지적한다.
서울 아현동 가스 사고가 터진 것이 불과 넉달 전인 지난해 12월이었다.
당시에도 이번과 똑같은 반성과 지적이 있었지만,결국 일부 책임자의 문책과 관련자 징계 밖에는 별달리 한 일들이 없다.
가스 사고가 날 때마다 책임자 문책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전면적 가스안전관리를 위해 철저한 제도적 대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각 종 건설현장에서 안전조치를 위한 계획서 작성 뿐 아니라 그 이행 여부까지 제대로 점검되도록 해야한다. 또 지하철 공사장이나 지중 매설물 설치 장소 등에는 가스탐지기 설치를 의무화하고,공사구간이 가스와 관련되는 지역의 공사 허가를 낼 때는 반드시 도시가스 책임자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는 등 2중 3중의 안전조치가 강화돼야 한다.
공사 현장에도 반드시 미국과 같은 가스 감독관이 상주,위험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밀집된 도시에서의 공사는 관련되는 각종 기반 시설이 많을 뿐아니라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그 파급효과가 크고 재난구조도 어렵기 때문에 아예 공사 계획 단계에서부터 안전대책 수립이 필수적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각종 건설공사를 첨단산업현장과 같은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안전조치를 철저히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건설비의 상승이 뒤따르겠으나 이는 안전과 장기적인 투자에 필수적이란 시각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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