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파리 북한대사관에서 180병 사 간 뒤 거의 매년 거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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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미셸 피카르(Michel Picard) 와인이 남북한을 잇는 ‘평화의 포도주’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지난해 10월 평양의 남북정상 환송오찬 자리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내놓아 화제가 됐던 미셸 피카르의 공동 대표인 프랑신 피카르(사진)의 말이다. 국내 사업 파트너인 (주)금양인터내셔날 초청으로 서울에 온 그는 21일 뒷이야기를 풀어놨다.

-북한과는 언제 거래를 텄나.

“15년 전 파리의 북한대사관에의 ‘순택’이란 사람이 찾아와 사갔다. 여러 종류를 시음해보고 15가지 품목을 12병씩 구입했다. 비싼 그랑그뤼 급에서 저렴한 일반 포도주까지 골고루 가져갔다. 남북정상의 건배주인 ‘코트 드 뉘 빌라주(Cote de Nuits Villages)’도 포함됐다. 그 뒤 1~2년에 한 번씩 거래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마시거나 남북정상 건배주가 된다는 사실을 귀띔받았나.

“전혀 몰랐다. 중앙일보에 보도된 뒤 갑자기 전화와 인터넷 문의가 쇄도하면서 알게 됐다. 주 프랑스 북한대사관측에서도 높은 분을 위해 사가는 것이라고만 했다. 남북정상 건배주로 선택된 것은 행운이다.”

-김 위원장이 그리 비싸지 않은 코트 드 뉘 빌라주를 골랐는데….(국내 소비자가격이 4만원대)

“귀한 그랑크뤼 급을 내놓기가 아까울 수도 있었겠지만(웃음), 2002년산 코트 드 뉘 빌라주가 그 당시 가장 맛있는 상태라서 골랐을 가능성이 크다. 가벼운 듯하면서도 풍부한 과일 향이 매력적이다.”

-15년이나 계속 거래하기가 쉽지 않은데.

“우리 포도주가 김 위원장 입에 맞는 모양이다. 한번이라도 잘못된 게 있었다면 벌써 거래가 끊겼을 것이다. 사실 우리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포도원은 아니다. 3대째이지만 60여 년밖에 안됐다.”

-남북정상 건배주로 선택된 뒤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

“그 직후 한 달 동안은 정신이 없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독일, 심지어 프랑스 내에서도 거래 제의가 잇따랐다. 반짝 장사로 끝낼 것이 아니기에 차분하게 대응했다. 행운을 잡은 만큼 좋은 품질의 포도주를 생산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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