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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상무 김상기 일 냈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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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프로배구팀 LIG손해보험이 아마추어 초청팀 상무에 무너졌다.

올 시즌 V리그에서 프로팀이 아마팀에 덜미가 잡힌 건 LIG가 처음이다.

상무는 17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5라운드 경기에서 세 세트나 듀스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끝에 LIG를 3-1로 꺾었다.

리베로 김주완과 이강주(13점)가 상대 공격을 깔끔하게 걷어 올렸고, 재간둥이 세터 김상기(사진)의 절묘한 볼 배급을 권광민(30점), 임동규(21점) 등이 착실하게 득점으로 연결시켜 대어를 낚았다.

▶상무는 리베로(전문 수비수)가 두 명=올 시즌 상무에 입대한 레프트 공격수 이강주는 삼성화재 리베로였다. 고교 때는 공격수였지만 키(1m85㎝)가 더 이상 자라지 않아 경기대에 진학하면서 리베로로 전향했다. 삼성에서 여오현의 뒤를 받치는 ‘보조 리베로’였던 그는 “공격수를 시켜준다”는 말에 상무에 입대해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의 진가는 역시 수비에서 나타난다. 이강주에다 ‘진짜 리베로’ 김주완이 버틴 상무 수비진은 이날 73%의 리시브 성공률을 기록했다. 리시브 1위인 여오현(삼성화재)의 성공률이 76%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수치다. LIG의 성공률은 43%에 불과했다. 이날 승패가 수비에서 갈렸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삼성화재의 안젤코가 윤봉우·박철우의 더블 블로킹 위로 강스파이크를 터뜨리고 있다. [천안=연합뉴스]

▶수훈갑은 역시 특급 세터 김상기=좋은 리시브는 좋은 토스로 이어진다. 상무 세터 김상기는 경기 직후 “우리팀의 리시브가 좋아 편하게 토스를 할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특급 공격수 부재의 상무는 공격 루트를 다변화한 ‘벌떼 공격’으로 버티는 팀이다. 좌우 양날개와 속공, 시간차 공격 등을 변화무쌍하게 구사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볼 배급을 하는 세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날 상무는 듀스 상황에서만 속공 6개와 시간차 공격 4개 등 ‘세트플레이’를 시도했다. 팔라스카·이경수 등 단순히 오픈공격에 의존한 LIG와 비교가 됐다. 방신봉·하현용(이상 1m98㎝), 팔라스카(2m), 이경수(1m97㎝) 등 장신이 즐비한 LIG라도 ‘세트플레이’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장신들을 상대로 상무는 8차례나 블로킹을 성공시켰고, 자신들은 8차례밖에 잡히지 않으며 선전했다. 그만큼 상대 블로커를 따돌렸다는 말이고, 그 뒤에는 김상기가 자리잡고 있었다.

▶외국인 선수가 없어도=아마팀엔 외국인 선수가 없다. 그래서 시즌 전 한국배구연맹(KOVO)은 프로팀 감독들에게 “아마팀과 경기 때 외국인 선수 기용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여유가 없었던 LIG는 이날 팔라스카를 풀타임 기용했다. 그는 양 팀 통틀어 37점의 최다득점을 올렸다. 팔라스카가 없었으면 0-3으로 완패할 뻔한 경기였다. 13일 아마팀 한전에 3-2로 어렵게 이긴 삼성화재도 외국인 안젤코가 없었으면 패했을 경기였다는 게 중론이다. 그만큼 아마추어 팀들의 경기력이 탄탄하다는 방증이다.

한편 천안에서는 삼성화재가 현대캐피탈을 3-0으로 꺾고 가장 먼저 시즌 20승(3패) 고지를 밟았다. 전날 한전을 3-0으로 완파한 2위 대한항공(19승4패)과 승점 1점 차를 유지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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