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영화 "전태일" 출연 홍경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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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그가 꼭 하라는 법은 없다.그러나 그가 맡으면 그 역은 정말 그 아니고서는 안됐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홍경인(20)을 두고 영화계에선 이렇게 말하는 이들이 많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에서 윤명길감독(독고영재 扮)의 청소년시절을 연기했고 『영원한 제국』에서는 세자로 나왔다.또 그의연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는 엄석대로 등장했다.드라마 『모래시계』에선 어린 강우 석검사(박상원扮)역을 맡았다.
이마의 주름살과 부은 듯한 눈덩이로 봐선 여지없이 악동(惡童)인상인데 변성기에 있는 것같은 목소리는 그를 아주 순진하고 순박한 이미지로 감싼다.출연한 영화마다 분량이 적지 않았는데 성인배우에 가려 조명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래서 그를 아직도 고등학생 쯤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알고보면 그는 어엿한 대학생(동국대 연극영화과 1년)이다.『아직도 아이 취급하는 게 불만』이라는 홍경인은 『이제 아역에서 졸업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 시험무대가 펼쳐졌다.기획시대(대표 유인택)가 기획하고 박광수감독이 연출하는 영화 『전태일』에서 전태일역을 맡은 것.
『전태일열사도 성인이 되자마자 꽃다운 청춘을 자기신념에 바쳤습니다.저도 첫 성인역을 사회적 의미가 깊은 영화에서 하게 돼기쁩니다.』 그는 『어느 작품보다 부담감이 크다』면서도 출연료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제작비가 모금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저도 제작비에 일조한다는 생각으로 노개런티 출연을 결심했습니다.문성근선배가 노개런티로 출연하는데서도 자극받았고요.』 중학교 3학년때 출연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같은 영화를 성인캐릭터로서 다시 한번 하고 싶다는 홍경인은 하루에 30~40통의 팬레터를 받으며,특히 『모래시계』이후 밀려드는 전화 때문에 밤잠을 못이룬 적이 있다고.
겉보기와는 다르게 옥외운동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하지만 컴퓨터게임과 액션영화는 누구보다 좋아한다고.
승부욕이 강하다는 주위의 평에 그는 『컴퓨터게임을 많이 한 덕택일 것』이라며 환하게 웃는다.그는 극중에서와 마찬가지로 실제 웃음이 적었다.
글=李揆和기자 사진=吳東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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