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방선거 후유증 대책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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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는 6월27일 우리나라에서 4대 지방자치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는 데는 아무래도 준비가 부족한 것 같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강행하는 이유는 많은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합의한 여야간의 약속이기 때문이다.또다시 선거를 연기할 경 우의 정치적오해와 불신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우리 대부분의 정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 열리는 지방시대가 만의 하나라도 국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거나 국력증진에 걸림돌이 된다면 우리의 역사는 여기에서 정체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4대 지방자치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이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절차로서의 선거를 깔끔하게 치르는 일,참으로 뽑아야 할 사람을 정확하게 뽑는 일,지역발전에 도움되는 지방자치제도의 내실화를 투명하게 이루는 일 등 세 가지가 당면과제다. 첫째,5천6백71명(비례대표 97명 제외)의 자리를 두고 무려 2만3천여명의 예상입후보자들이 온 나라를 선거열풍으로몰고 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국민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2만3천여명의 후보자들이 평균 2천만원의 선거비용 을 쓴다해도 총선거비용은 4천6백억원이 된다.또한 평균 10명의 선거운동원을 활용한다 해도 총선거운동원수는 23만명이 된다.자금시장과 인력시장에 비상이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홍보 및 투표용 인쇄물수요도 엄청나6월중 제지업계와 인쇄업계는 초과수요에 시달릴지 모른다.
법대로 한다고 해도 4대 지방선거 동시실시는 국민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다.선거관리당국은 공명선거 관리준비에 최선을 다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만약 탈법(脫法)선거를 효율적으로통제하지 못한다면 이번 선거의 후유증은 오래도 록 국민의 부담이 될 것이다.따라서 선거관리를 선거관리당국에만 맡기고 구경하는 국민이어서는 안될 것이다.국민 모두가 선거관리에 참여하는 적극적인 마음을 가져야 한다.
둘째,지방자치제도 성공의 가장 중요한 관건은 누구를 뽑느냐에달려 있다.과연 누구를 뽑을 것인가.불로소득으로 치부한 후에 명예를 꿈꾸는 자,개인사업을 위해 공권력을 이용코자 하는 자,지역주민을 위한다는 미명 아래 자기자신의 출세를 노리는 자….
이들은 모두 선택에서 제외돼야 할 가라지들이다.그러나 어떻게 알곡과 가라지를 구별할 것인가.입후보자들이 자기 멋대로 작성한이력서를 그대로 사용케 해서는 안된다.선거관리당국은 입후보자들의 자질이 투명하게 드러나서 옥석 을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작성.열람.공개하도록 사려 깊은 연구를 해야 한다.
셋째,소위「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이념적.정서적 차원을 넘어서실무적으로 실효성 있는 지방자치제도를 구체적으로 구축하는 일이시급하다.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이 뽑혀도 그 사람의 실무적 역할이 불분명하면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없을 뿐 만 아니라 오히려 혼란을 자초할 수도 있다.특히 중앙과 지방의 역할분담 및 광역과 기초지방자치단체간의 역할 분담에 대해 세심한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부패를 막을 수 있는 감사제도의 정비도 구체화돼야한다. 국회와 정당은 후보자를 물색하는 일에 남은 시간을 다 소비하지 말라.내실 있는 지방자치제도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에 그나마 남아 있는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우리의 지방자치선거 축제가 모래성을 쌓는 일이 되지 아니하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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