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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專門 경영스쿨 생각할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우리도 로스쿨(전문법과대학원)을 갖자」.96년이 되면 웬만한 대학치고 로스쿨 없는 곳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각 대학이 경쟁적으로 계획안을 내놓고 있다.이해관계에 따라 마찰이 있을 수 있고「황금알」이라도 되는 듯 무분별한 침 바르기의 우려도 없지 않으나,방향만은 국내의 사법개혁 차원에서 뿐 아니라 급변해 가는 통상.환경.지적재산권.국제법등 다양한 무한경쟁의 세계무대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선택이라 하겠다.
그러나 실은 세계화 과제 차원에서 더욱 시급한 분야가 있음을지적하고 싶다.바로 경영교육 분야다.그야말로 이 분야는 무한경쟁 세계화 시대의 선도인력 양성의 책무가 있으면서도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 구조적인 과제를 안고 있는데도 문제의식마저 별로 느끼지 않고 있는 곳이 아닌가 우려된다.교수진은 기업의 리엔지니어링을 가르치고 자문하기에 바쁘면서도 몸담고 있는 경영대학 스스로에 대한 리엔지니어링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듯하다.
우선 재무.인사.마케팅 위주의 구태의연한 커리큘럼 토픽에만 집착하는 우리나라 경영교육은 스스로 한계를 안고 있다.외국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이제 우리는 기술을 아는 경영인,정보.통신에 능한 경영인,환경을 아는 경영인을 키우지 않 으면 안되는시대에 접어 들고 있다.
또한 기업경영 일변도의 교육연구에서 벗어나야 한다.산업의 경쟁력,정부의 기업화,지방화시대의 기업마인드 확산,경쟁개념의 도입 확산 등은 기업경영 뿐 아니라 공공부문을 위한 경영교육 기능도 외면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경영교육은 너무 학부(학사과정)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로스쿨 논의에서와 같이 대학원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학부전공에 상관없이 대학원에서 본격적인 경영교육을 받도록 해야 바람직하다.학부에서의 다양한 전공과 접목된 경영교육은 총론만으로 경쟁하기가 어려운 이 시대에 더욱 필요하다.
더구나 사교모임 비슷한 최고경영자과정 외에는 최전선에서 뛰는중견 경영인력에 대한 본격적인 재교육기능을 찾아보기 힘든 것도문제다. 기술,정보.통신의 급변시대에 뒤안길로 밀려날까봐 조바심내는 중견인력에 대한 재교육기능은 오히려 더 중요한 인력양성기능일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과 과제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경영교육에 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된다.이는 곧 본격적인「전문경영대학원」의 등장을 요구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경영대학 학부과정의 부속 프로그램이나 연장선상에서의 기존 경영대학 대학원 과정은 전문경영대학원의 범주에 들기 어렵다.
따라서 세계화 선도인력 양성 모체로서의,새로운 전문대학원으로서의 모델 설정이 시급하다.세계화를 하려면 말이다.
소위 기술을 아는 경영인,경영을 아는 기술인을 기치로 내걸고해외대학과 협력해 80여명의 기업장학생으로 출범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Techno-MBA과정이나,현재 검토 중인 기술.경영및 정책을 연계하는「기술경영대학원」이 일례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최근 로스쿨에서 보듯 유행병처럼 너도 나도 충분한 검토와 내부능력 분석없이 서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로스쿨보다 더 우후죽순처럼 남발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世界化는 사람의 싸움 세계화는 결국 사람을 통한 경쟁이다.몇몇 정책입안자나 전문가.학자들만의 현란한 선언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실상 세계화전략추진에 필수적인 선도인력 양성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어디서도 한줄 찾아 보기 힘들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진행되고 있는 열띤 국제경쟁을 생각할 때 「전문경영대학원」은 「로스쿨」보다도 더 시급한 사안이라 볼 수있다. 경영대학 스스로 리엔지니어링 의지를 가지고 신중하고 설득력 있는 비전 제시와 의욕을 보일때 1인당 10여만달러씩 해외대학에 바치는 사례도 줄어들고,미국의 Sloan School,Kellogg School처럼 국내 대학에도 기업협찬 형 경영대학원이 등장할 날이 멀지 않을 수 있다.
〈韓國과학기술원 교수.산업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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