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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원류를찾아서>사랑의 聖地 타지마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유네스코에서 정한 1백8개의「인류 문화재」가운데 18개가 인도에 있는데,그 중 3개가 아그라에 있답니다.』 타지마할(TajMahal)의 원경(遠景)을 보여준다며 아그라城으로 나를 안내하던 안내인은 나의 얼굴을 흘끔 바라보았다.우리나라에는「인류 문화재」가 있다는 것을 들어보지 못한 나는 아무리 큰 나라라고해도 인류 문화재의 6분의1을 인도가 갖고 있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8개의 인류 문화재 가운데 14개가 사람이 만든 것이고,4개는 하늘이 선사한「자연론(自然物)」이랍니다.그 가운데 하나는 이 지역에 있는 새들의 서식지이지요.』과연 아그라城에는 새들이 많았다.여기 저기서 이름 모를 예쁜 새들이 노래 하고 있었다.공작새들도 예쁜 날개를 펴보이며 짝을 짓고 있었다.야무나江 위로 무리지어 오르는 새들을 보던 나는 강물이 흘러가는 지평에 나타난 하얀 돔을 보고 소리쳤다.
『타지마할,타지마할….』 무굴 제국의 황제 사자한이 아이를 낳다 죽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제국의 국력을 총동원해 세계 만방에서 진귀한 대리석을 사다가 지어주었다는,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묘 타지마할.
하늘에 닿을듯 솟아 있는 흰색 대리석 돔의 사방에는 묘를 지키는 네개의 미나레트 탑이 지평을 응시하고 있었다.야무나 강이굽이쳐 흘러가는 강가 수십만 평의 대지위에 세운 이 묘는 차라리 궁전이라고 해야할 것 같았다.
『22년간이나 걸렸던 무리한 대공사로 무굴제국의 국운은 흔들리게 되었고 결국 샤자한은 자기 아들의 반란군에 체포되었답니다.샤자한이 아들에게 애원했던 마지막 소원은 타지마할이 보이는 곳에 자기를 감금해 달라는 것이었답니다.』 그가 갇혀있던 방의발코니에서는 타지마할이 잘 보인다.절벽 아래 발밑에는 야무나강이 유유히 흐르고,마치 거대한 호수처럼 굽이쳐 흐르는 강의 저편 언덕에 하얗게 서 있는 다지마할은 아주 거대한 건물인데도 우아하기 이를 데 없다.타지 마할 위로 피어 오르는 뭉게구름 사이로 그의 아내 뭄타즈가 웃으며 홀연히 나타날 것만 같았다.
어느새 서쪽 라지스탄 사막으로 기우는 해에 타지마할은 누른 빛을 더해가더니 점차 붉은 기운이 감돌아 마치 살아있는 미녀의기품을 띠었다.달밤에는 진주빛으로 빛나 그 모습이 상서롭기 이를 데 없다고 했다.자나깨나 아내 생각을 하며 슬픈 나날을 보내던 황제는 이곳에 감금된지 8년만에 승하하고 말았다.
강 건너편 언덕에 검은색 대리석으로 거대한 자신의 묘를 지으려 했던 샤자한의 꿈은 깨졌지만 그는 아들 「호의」로 타지마할지하에 있는 그의 아내 옆에 묻히게 됐다.타지마할은 아침에 보아도 좋았다.
거대한 정문을 들어서니 5백여m 전방에 타지마할의 자태가 모성애처럼 다가왔다.그 모습이 드넓은 정원에 만들어 놓은 인공호수에 비쳐 아름답기 이를데 없었다.타지마할은 야무나강을 뒤로하고 정남향으로 앉아 있었다.한 면이 근 1백m나 되는 정방향 계단 위에 70여m 높이의 돔은 일체가 대리석으로 지어진 것이었다. 22개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 단위 중앙에 보이는정문을통해 들어가면 거대한 홀의 중앙에 뭄타즈의 대리석관이 아름다운문양을 한 대리석 병풍으로 둘러싸여 있었다.그 병풍의 각 면은각기 하나의 거대한 돌을 깎아 만든 것인데도 마치 나무나 무슨금속같은 것으로 짜맞춘 듯 했다.대리석에 색깔있는 보석을 써서새겨 넣은 꽃들은 생동감이 흘러 넘쳤다.
티베트산(産)청옥.중국산 비취.예맨산 공작석이며…,꽃 하나를새겨 넣는데 세계 각국에서 사들인 40여 종류의 보석을 사용한것도 있었다.이러한 꽃 무늬들은 불빛 강도에 따라 투명하게 빛나기도 했다.가만히 보면 홀의 벽에도 잔잔한 문양들이 부조돼 있었다. 좁은 통로를 따라 지하로 내려가니 뭄타즈와 샤자한의 진짜 묘가 있었다.샤자한의 묘가 약간 커 보였으나 홀의 한 가운데 있는 뭄타즈의 묘에 비해 치우쳐 있는 것이 분명했다.
어두컴컴한 홀에 운집한 수백명의 추모자들은 자리를 뜨려하지 않았다.이 애틋한 사랑의 주인공들로부터 무언가 한마디 들어 보려는 듯 관리인의 간곡한 권유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언제 한번이라도 자신이 아내를 그토록 애틋하게 사랑해 본적이 있으랴,언제 단 한번이라도 자신이 남편에게 그러한 사랑을 받을 수 있으랴….
비행기가 아그라 공항을 이륙하자 승객들은 창가로 몰렸다.이를눈치챈 기장은 타지마할 상공을 몇차례 돌며 승객들에게 타지마할에 작별 인사할 기회를 주었다.
『저희 인도 항공은 승객 여러분을 위해 조그마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아름다운 타지마할을 만들 때 사용했던 것과 똑같은 대리석으로 만든 소품이오니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하얀 대리석에몇가지 색깔 있는 천연 문양을 새겨 넣은 예쁜 찻잔 받침 한 쌍이었다.생각해보면 그게 얼마나 좋은 선물이 되었는지….
화날 때나,인생이 여의치 않을 때,그리고 기쁠 때도,나는 그찻잔 받침을 보며 타지마할을 배운다.

<이상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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