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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케이블 끊겨 … 중동·남아시아 인터넷 대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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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두바이·인도를 비롯해 중동과 남아시아 일대 국가들이 이틀째 ‘인터넷 대란’에 시달렸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부근 지중해에 깔려 있던 해저 인터넷 케이블 2개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손상되면서다.

사고 다음 날인 31일 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와 인도·파키스탄 등 인접 국가들은 인터넷 접속이 되지 않거나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는 등 심각한 문제를 겪었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의 인터넷서비스 공급업체들은 위성, 태평양을 경유하는 케이블 등 다른 루트를 찾아 서비스를 정상화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AP·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의 경우 이번 사고로 인터넷 대역폭의 절반가량이 손실됐다. 이에 따라 서구 기업들의 고객 지원, 직원 급여 관리 등 업무를 대신 처리해온 인도의 아웃소싱 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포시스·와이프로 등 대형 업체들의 경우 백업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별 문제가 없으나, 중소 업체들은 도산까지 걱정하는 형편이다. 투자자문회사 스트레이트 인디아의 프라빈 마투르 대표는 “우리는 미국·캐나다의 고객과 상대하기 때문에 거의 인터넷으로 일이 이뤄진다”며 “문제가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의 아웃소싱 업계는 현재 70만 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연간 110억 달러(약 10조3862억원)의 수익을 낸다.

중동의 비즈니스 허브인 두바이도 피해가 만만치 않다. 두바이 증시가 개장하긴 했으나 금융 거래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집트도 인터넷 서비스가 절반가량만 회복된 상태다.

손상된 케이블이 언제 완전히 복구될 것인지는 아직 가늠하기 힘들다. 수리 기간에 대해 전문가들은 며칠에서 몇 주까지 각기 다른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사고의 원인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기상 여건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설, 선박이 닻을 내리다 케이블을 파손시켰다는 설 등이 돌고 있다.

이번 사고는 2006년 12월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했던 인터넷 대란 이후 최악의 사태로 꼽힌다. 당시 진도 7.1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대만과 필리핀 사이의 해저 인터넷 케이블 9개가 손상돼 중국·일본·홍콩·싱가포르·대만·필리핀 등의 은행·항공사 영업과 e-메일 사용에 피해를 끼쳤다. 원상 회복까지 49일이 걸렸었다. 국제케이블보호위원회(ICPC)는 “현재 대륙 간 통신과 데이터 전송의 95% 이상이 해저 케이블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면서 “각국이 영해 내의 케이블 설치나 수리 시 좀 더 신중을 기해 달라”고 촉구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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