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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채널 10여 개 … 기득권 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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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정권 교체기를 맞아 미디어 산업의 새 지형을 그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한국언론학회·방송학회 등 학계에서는 최근 미디어 정책 방안을 놓고 잇따라 세미나를 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조만간 출범할 ‘21세기 미디어 위원회’에서 신문·방송·통신을 아우르는 그랜드플랜을 만들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방송 정책권을 가진 방송위원회도 지난해 12월부터 ‘미래의 방송 특별연구위원회(이하 미래방송특위)’를 운영 중이다. 50여 명의 내·외부 전문가가 포진한 매머드급 위원회다.

위원장으로서 이 조직을 이끌고 있는 김우룡 방송위원은 31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방송 기득권을 깨고 미디어 산업의 새 판을 짤 때”라며 “(일부 반발이 예상되지만)학자적 양심에 따라 개혁이 필요한 부분에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또 “방송위원회 대신 만들어지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참고할 수 있도록 보고서를 내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미래방송 특위’의 출범 배경은.

“현 방송 상황은 한마디로 난맥상이다. 정책은 말할 것도 없고 콘텐트만 지적해도 문제는 수두룩하다. KBS·MBC·SBS의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보면 모두 똑같다. 연예인들이 신변잡담이나 하고…. 미디어 정책의 큰 흐름이 바뀌는 이 시점에서 방송의 현주소를 되돌아볼 필요성을 느꼈다. 바람직한 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봤다. 영국에선 10년마다 방송산업 보고서가 나온다. 우리도 그런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전문가들을 총망라했다.”

-현 방송 구조에 대해 어떤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가.

“학자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방송 시장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건 대부분 인정한다. KBS는 물론이고 라디오·케이블을 합쳐 공영적 성격의 채널이 10개가 넘는다.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는가. 공영은 더 공영다울 수 있고 민영은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하지만 기득권을 건드릴 경우 방송사 노조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우린 차기 정부의 정책 실현자가 아니다. 따라서 부담이 적다. 학자의 양심을 걸고 정면 돌파할 것이다.”

-방송 프로그램의 ‘건전성’도 연구 분야인가.

“뉴미디어 등장으로 채널이 많아졌지만 프로그램 다양성이 보장됐는가 하는 건 다른 문제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성(性)과 폭력이 넘쳐나고 있다. 지상파방송 역시 선정적인 내용이 가득하다. 음란물 범람을 막을 강력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KBS·MBC·SBS의 시장 독과점에 대한 생각은.

“이들 지상파가 수익 면에서 케이블 시장의 반을 차지한다. 지상파가 위협받고 있다는 건 허구다. 이들은 경영기술이 불필요할 정도로 뉴미디어에서도 독점을 실현하고 있다. 반드시 시정돼야 할 문제다.”

-신문·방송 겸영에 대한 생각은.

“매체 간 벽을 허물 때다. 문자다중방송의 예에서 볼 수 있듯 TV는 점차 텍스트(text)화하고 있다. 반면 신문은 디지털화한다. 자연스러운 기술의 변화를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다. 일부 매체가 여론을 독점할 거라고 주장하는 건 지나친 편견이다.”

-보도 채널과 종합편성 채널의 허용 문제는.

“보도 채널을 묶은 건 다양성 구현을 위한 고육책이었다. 뉴스는 아무나 다뤄선 안 된다는 고정관념도 있었다. 그러나 솔직히 민주국가 어디에서 정부 허가 받고 뉴스를 내는가. 세계적으로도 규제완화의 시대다. 전향적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한 언론에 “방송위원장과 KBS 사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판 엎는 초강수가 나올 것”이란 발언을 했다고 보도됐는데.

“기자가 한국외국어대 제자라고 전화를 걸어와 일반 관행을 얘기한 것뿐인데 발언을 완전히 왜곡했다. 둘이 통화하고 ‘파문’이라고 쓰더라. 해당 언론에 대해 정정보도를 청구해 놓은 상태다.”

글=이상복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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