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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코리아 음란물 관리에‘구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3일 국내 상륙한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의 한글 사이트(www.youtube.co.kr)가 음란물 관리에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성인이 보기에도 낯뜨거운 동영상과 사진들이 버젓이 올려져 있을 뿐 아니라 사전 필터링 기능은 없고 전적으로 사용자의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어 음란물 천국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유튜브(YouTube)는 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유튜브 한글 사이트의 공식 오픈 및 서비스 개시를 알렸다. 엠군미디어, SM 온라인, CJ 미디어, 중앙방송, TU Media 등 국내 동영상 업체가 참여해 국내의 최신 인기 동영상을 확보했고, 동시에 전세계에서 시시각각으로 올라오는 수천만개의 동영상도 쉽고 빠르게 검색ㆍ시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음란물 관리 부분에서는 오픈 첫날부터 취약점을 드러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채널 일부에서 음란 동영상이 재생되고 있는데 로그인 없이도 볼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성인들의 성관계를 담고 있는 동영상부터 성인용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신체의 일부를 보여주면서 성적 흥분을 유발하는 패티쉬 동영상도 다수다.

자신이 올린 동영상의 미리보기 사진을 저장하는 썸네일 부분에도 음란한 사진들이 넘치고 있다. 때문에 동영상을 재생하지 않더라도 야한 사진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자기 채널에 음란 사진을 등록한 사용자들은 여러 채널을 순회하며 성인용 멘트가 담긴 홍보글까지 남기고 있다. 개인 채널에 방문한 사용자가 댓글을 남기면 채널 사진이 표시되기 때문에 이 또한 음란 사진의 유포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유튜브 한글 사이트 측은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유튜브는 음란 동영상의 관리 부분에 있어 사전 필터링 대신 사용자들의 신고에 의해 차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른 사용자들이 신고하지 않는다면 동영상이건 썸네일이건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유튜브 한글 사이트 관계자는 “동영상 가운데 부적절한 내용은 사용자의 신고가 접수되면 성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만 볼 수 있도록 분류한다”며 “누구나 자유롭게 동영상을 올리고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만큼 사용자의 모니터링 역시 실시간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적절한 동영상에 대한 네티즌의 자정 능력을 믿는다는 입장이다. 또 음란성 사진을 등록하고 다른 채널에 홍보글을 남기는 사용자에 대해서는 채널을 삭제하는 강력한 방법도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동영상 업체 관계자들은 유튜브가 국내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만큼 국내 정서에 알맞은 서비스를 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한 포털 사이트의 동영상 페이지에 음란 동영상이 올라오면서 서비스 자체를 없앤 적도 있다”며 “현재 유튜브 한글 사이트엔 그때보다 더 심한 내용의 동영상이 떠돌아다니고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한 음란 동영상 유포나 인격 침해로까지 치닫는 마녀사냥 등 한국 특유의 인터넷 문화를 감안해 볼 때 네티즌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자정 능력’을 전적으로 믿기보다는 사전 필터링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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