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유물 보존 논란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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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청계천 복원 공사를 둘러싸고 서울시와 시민단체 간 논쟁이 분분하다.

공사 현장에서 조선시대 유물이 잇따라 발굴되자 시민단체들은 "공사를 멈추고 원형 원위치 복원을 위해 설계를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여름철 물난리와 시민 불편이 우려돼 공사를 중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7월 시작한 청계천 복원 사업은 현재 공정률 35%로 2005년 9월 완공 예정이다.

◇유물 발굴=당초 서울시는 유물 발굴 계획이 없었다. 그러나 문화계의 발굴 요구가 거세지자 지난해 11월 중앙문화재위원회에 용역을 맡겨 오는 6월까지 발굴하도록 했다. 조사는 우선 청계천 전체 5.8㎞ 구간 중 교량 등이 있었던 6곳에서 이뤄졌다. 지금까지 ▶모전교(종로구 서린동 갑을빌딩 앞) 양쪽의 호안 석축▶오간수문(청계 6가 네거리) 홍예 기초석▶수표교(관수동 하나은행 앞) 주변 호안 석축 등이 나왔다. 광통교(광교 네거리)주변에선 왕이 다녔던 남대문로의 흔적과 태종의 새어머니 신덕왕후의 묘지석 등이 출토됐다.

◇시민단체='올바른 청계천 복원을 위한 시민연대회의'는 26일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유물을 훼손하는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전 구간에 대한 발굴 조사를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시민연대회의는 이날 문화재청에 청계천 복원공사 중단 명령과 광교.오간수문터 등을 사적(史蹟)으로 가지정해 줄 것 등을 요청했다. 강찬석 간사는 "문화재청의 원형 복원에 대한 최종 판단과 실시 설계 심의가 끝나지 않았는데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새 다리를 지을 콘크리트 작업을 시작해 광통교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선(先) 공사-후(後) 유물 복원'이 원칙이다.

양윤재 청계천복원추진본부장은 "청계천 공사는 하천을 옛 모습대로 되살리는 사업이지 유물 복원 공사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공사를 중단하면 시민 안전은 누가 책임 지느냐"고 반박했다. 교량을 원형대로 그 자리에 복원하려면 최소 4~5년은 걸리기 때문에 현재로선 치수(治水)에 대비해 원래 설계안대로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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