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 된 배구 세터 이영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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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동료들과 이렇게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재밌어요.”

 이젠 ‘미녀 세터’가 아닌 ‘미녀 리포터’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2007~2008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TV 중계를 보면 경기 후 반가운 얼굴이 마이크를 들고 나타난다. 지난 시즌까지 흥국생명의 주전 세터로 뛰며 팀을 2년 연속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던 이영주(28·사진).

 ‘어느새 사복으로 갈아입고 카메라 앞에 섰나’라고 할 정도로 팬들에게는 아직도 선수로 각인돼 있지만 이제는 배구 방송 리포터다. 이영주가 마이크를 잡기 시작한 것은 이달 초부터. 사실 방송국에서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이영주를 일찍 데려오기 위해 애를 썼으나 신혼의 단꿈을 깨기 싫어 ‘방송 데뷔’가 조금 늦춰졌다고 한다. 이영주는 지난해 10월 동갑내기인 프로야구 두산의 투수 이재우와 웨딩마치를 울렸다. 배구계에서는 20대 후반까지 코트를 누빈 베테랑이지만 방송계에선 새내기다. “처음엔 긴장을 많이 했는데 모두 평소에 알던 친구들이라 빨리 자연스러워졌어요.”

 워낙 활달한 성격인지라 생방송으로 이뤄지는 인터뷰에서 아직 실수는 없었다고 한다. 인터뷰 질문은 경기를 관전하며 직접 준비한다.

 “저는 괜찮은데 감독님들이 더 어색해하세요. 인터뷰 전 ‘짧게 끝내라’고 압력(?)을 넣기도 하시고.”

 그래도 후배들에게는 에누리가 없다.

 “지난번 팀 후배였던 황연주(흥국생명)와의 인터뷰에서 남자친구 이야기를 꺼냈더니 당황하더라고요.”

정회훈 일간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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