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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셴룽과 이명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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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리셴룽은 2004년 8월 고촉통(吳作棟)의 뒤를 이어 총리가 됐다. 1952년생으로 올해 55세다. 연부역강(年富力强)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수학과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행정학을 공부한 최고 엘리트다. 6선 의원과 싱가포르 통화국 총재, 재무부 장관, 부총리를 거친 관록의 소유자다. 물론 26년간 싱가포르 총리를 지낸 리콴유(李光耀)의 아들로 사실상 권력세습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철저한 실용주의자인 리셴룽은 더 잘사는 싱가포르를 만들어 이런 비판을 잠재웠다.

리셴룽은 역사가 짧고, 인구도 적으며 중국계·말레이계·인도계 등 3개 민족이 공존하는 싱가포르가 계속해서 국가로서 살아남아 성공하려면 무엇보다도 싱가포르에 대한 강한 자부심(pride)이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 자부심은 싱가포르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에서 나온다. 그리고 아이들을 계속 싱가포르인으로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것이다.

리셴룽은 싱가포르가 살려면 늘 탁월해야(outstanding)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탁월함을 드러내려면 “기존 틀을 벗어나서 생각하라(Think out of box)”고 주문한다. 그것만이 불확실성이 도처에 널린 시대에 계속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리셴룽은 이제까지의 성공방식을 답습하지 말아야 새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는 리더다. 그는 지금까지의 해법이 결코 내일의 문제에 대한 최상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래서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과감하게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일에 접근해 새 활로를 열라고 주문한다. 그것이 진짜 변화의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리셴룽처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제일 임무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해온 국민에게 대한민국이 계속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불같이 일으키는 것이다. 건국 60주년을 맞는 올해에 ‘국민성공시대’를 열어야 하는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울러 자기 자식은 더 이상 이 나라에서 키우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아이들을 계속해서 대한민국의 아이들로 키우겠다는 생각이 절로 나게 만들어야 한다. 교육과 일자리를 포함한 제반 문제가 이 관점에서 새롭게 접근돼야 한다.

불확실성을 뚫고 계속 성공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국민 전체와 공유하면서 ‘기존 틀을 벗어나 생각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리셴룽의 새 싱가포르 비전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생각과 사뭇 닮았다. 이제 문제는 그 비전의 핵심가치를 국민과 공유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조직 개편이나 대운하 등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쟁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기존 틀을 벗어나 생각하라”는 것의 핵심가치를 전 국민이 어느 만큼 공감하고 공유하느냐가 이명박호의 항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정진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