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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에서>경제 예측의 과학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경제예측과 관련하여 이코노미스트들은 심심찮게 세인의 웃음거리가 되곤 한다.
1929년 10월 「이제 우리는 영구적인 번영의 시대를 맞았다」고 호언장담한 미국 예일대 경제학교수 어빙 피셔(Irving Fisher)는 뒤이은 뉴욕증시의 주가대폭락과 대공항으로 톡톡히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이처럼 이코노미스트들은 수모를 당하기도 하나 그들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어남에 따라 최근에 와서는 인기직업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듯하다.
이유인즉,우리 인간은 미래를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무슨 수를써서라도 미리 알아내야 하고 그 내용에 따라 대비책을 강구해야만 마음을 놓을 수 있기 때문인 듯하다.
체계적인 경제예측과 경제에 대한 미래개입이 시작된 것은 케인즈경제학이 나온후 부터라고 할 수 있다.
1930년대를 풍미했던 모더니스트의 한사람으로서 케인즈는 인간의 이성을 과신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인간의 이성이 미래까지 투시할 수 없는 일이고 보면 정확한 예측이란 처음부터 기대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결국 이코노미스트들이 개발해 낸 예측방법이란게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미래를 추정해 보는 것이다.
따라서 훗날 실제로 전개된 상황이 과거와 크게 다를 경우 예측은 크게 빗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지금의 세계는 케인즈의 생존시와는 딴판이다.
예컨대 금리.환율.주가 등과 같은 가격변수들이 자유화된 내외시장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다.
그야말로 술취한 사람의 걸음걸이(醉步.random walk)처럼 종잡을 수 없게 되어 예측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러다보니 미국의 어느 경제학자는 예측을 일러『반은 과거를 토대로한 과학,남은 반은 마술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실토한바 있다.
문제는 과거를 토대로 한 과학마저 그리 쉽지 않다는데 있다.
그래서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마술에 의지하지 않으려고 정보체계의 정비강화를 위해 무던히도 애쓰고 있다.
그리고 경제예측도 일기예보처럼 맞을 수 있는 확률을 제시하고있다. 어떻게 해서든 신뢰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여기에 우리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韓銀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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