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시어머니 셋 통합 … 민간기구와 역할 조정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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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된 16일 통일부 직원이 방송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통일부는 외교통상부와 합쳐져 외교통일부로 개편될 예정이다. [사진=강정현 기자]

 “이제 정상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신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금융 법령·규칙의 제·개정 권한과 금융 시장 감독기능이 금융위원회 한 곳으로 모아진 것에 대한 평가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정부조직 개편으로 ‘금융정책은 재경부, 감독은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으로 쪼개졌던 게 10년 만에 합쳐지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의 금융 정책·감독 시스템은 산만했다. 법령을 만드는 일은 재경부가 하고, 감독 규정은 금감위가 만들었다. 일선 금융회사 검사는 금감원이 맡았다. 금감위에 올리는 안건을 금감원이 만드는 경우도 있었고, 금감원은 규정 제정에도 깊숙이 간여했다.

 그러다 보니 시장 종사자들만 ‘죽을 맛’이었다. 눈치를 봐야 하는 시어머니가 재경부·금감위·금감원 등 세 곳이나 됐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규정을 바꾸거나 새로 금융회사를 세우려면 세 곳의 심기를 모두 헤아려야 했다. 재경부와 금감위 간에도 교통정리가 필요했다. 그동안 책임 소재가 명료하지 않아 시장에 엇갈린 신호를 주고, 민첩한 대응이 어려웠다. 카드채 사태나 외환은행 매각이 대표적인 예다.

 시장에서는 금융위원회 신설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찾아가야 할 곳이 줄었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 김동환 연구실장은 “제도와 관련된 일은 금융위원회로, 검사 업무는 금감원으로 각각 일원화되는 효과가 있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회사 설립 인허가권을 쥔 금융위원회와 검사를 맡은 금감원이 상호 견제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개편안은 금융당국 일원화를 목표로 했지만, 문제가 모두 정리되진 않을 것 같다. 정부조직인 금융위와 민간기구인 금감원 간의 역할 설정이라는 해묵은 쟁점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까진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임하며 두 기관의 갈등을 조정해 왔으나, 앞으로는 두 기관의 장(長)이 분리된다.

당장 금감원 노조는 “금융위에 정책과 감독 기능을 모두 줄 경우 외환위기 이전의 관치금융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금융감독을 중립적으로 하기 위해선 감독기능이 독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전직 금감원 간부는 “금감원이 ‘검사원’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금융위와 한국은행이 통화정책과 감독을 놓고 어떻게 입장을 조율해 갈지도 숙제다.

 글=이상렬·김준현 기자 ,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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