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기업 친화적)’가 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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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요즘 정치권이나 경제계에서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앞으로는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정부를 만들겠다고 약속하면서 이 말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지요. 틴틴 여러분도 신문이나 TV 뉴스에서 이런 말을 몇 번씩 들어봤을 거예요.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는 말 그대로 ‘기업 친화적’이란 뜻입니다. 기업들의 투자를 막고 있는 각종 제도를 없애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는 거예요. 사실 우리나라에는 다른 나라엔 없는 기업 규제가 적지 않았답니다. 이런 장애물 때문에 기업들은 마음 놓고 투자하지 못하고 우리나라에서 벗어나 외국에 투자하곤 했지요. 각종 규제를 풀어 기업 친화적인 여건이 조성되면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일자리도 많이 생겨날 것이라는 게 당선인과 새 정부의 생각입니다.

대표적 예가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를 폐지한 것입니다. 출총제란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이 다른 회사에 일정액 이상을 투자하지 못하게 한 제도입니다. 1987년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 문제가 되면서 탄생했어요. 98년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워지자 제도가 폐지되기도 했지만 이듬해 다시 부활했지요. 현재 자산 총액이 10조원을 넘는 기업 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자산의 40%를 초과해 다른 회사에 투자할 수 없도록 돼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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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이 제도가 투자를 막는 대표적 악법이라며 줄곧 폐지를 요구해 왔습니다.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때 이 제도가 직·간접적으로 제약을 준다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 이 당선인은 “출총제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제도”라며 없애기로 한 겁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2002년 출총제를 없애자 도요타·캐논·샤프 등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이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기 시작했어요. 2002년 844건이던 새 공장 설립 건수도 2006년 1782건으로 두 배나 늘었지요. 새 정부는 우리나라도 출총제 폐지로 일본과 비슷한 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하고 있답니다.

‘금산분리’를 완화하겠다는 것도 기업 친화적인 정책이에요. 금산(金産)분리란 한자 뜻대로 금융과 산업을 분리하는 것을 뜻합니다. 기업 등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지요. 80년대 초 ‘은행이 기업 손에 넘어가면 그 기업의 사금고로 변질된다’는 우려가 커졌고, 그 때문에 금산분리 원칙이 만들어졌어요.

이 제도에 묶이다 보니 대기업들은 돈이 있어도 은행을 사거나 세울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외환위기가 터지니 외환·제일은행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 시중은행들이 외국 자본에 넘어가게 됐지요. 현재 7개 시중은행 가운데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는 곳이 6개나 됩니다. 이 당선인은 국내 산업자본들이 은행의 지분을 좀 더 많이 살 수 있도록 금산분리 규제를 서서히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이 밖에 새 정부는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에 서 세금을 떼는 ‘법인세’를 적게 받기로 했고, 기업들이 수도권에 공장을 짓는 것을 막는 제도도 풀어나가려 해요. 모두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행되는 정책입니다. 또 우리나라 성장에 기여한 중소기업인들이 해외로 출장 갈 때 공항 ‘귀빈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어요. 귀빈실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장관 같은 높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곳인데, 나라 발전에 도움을 준 기업인들도 당연히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 같은 조사기관에도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는 과도한 조사는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당선인은 왜 이처럼 ‘기업 친화’를 강조하는 것일까요? 기업들은 제품을 생산해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해 돈을 법니다. 그런데 기업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해외에 팔면 외화를 벌면서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올라가요. 기업들이 각종 투자를 늘리면 경제 성장 속도도 빨라지지요. 또 제품 성능을 향상시키는 연구를 늘리면서 기술력도 높아지게 된답니다. 이뿐만 아니라 제품·서비스를 생산하려면 일할 사람이 필요하겠지요? 기업이 잘 돌아갈수록 많은 일자리가 생겨나는 셈이에요. 즉 기업이 아무런 장애 없이 더욱더 열심히 경영할 여건을 만들어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국민소득을 늘리며,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목적이랍니다.

이 당선인은 이를 바탕으로 임기 동안 연평균 7%의 경제 성장을 달성하려 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4.8~4.9%)보다 2%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예요. 올해는 대외 경제여건이 좋지 않아 경제 성장 목표를 6%로 낮춰 잡았지만, 내년부터 기업 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되면 매년 7~8%씩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보다 잘살고, 경제도 성숙 단계에 들어간 아일랜드가 최근에도 연 10% 이상 경제 성장을 이룬 게 대표적 예라는 것입니다. “연 7%씩 성장해 10년 후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고, 세계 7대 경제 강국에 진입하겠다”는 이 당선인의 다짐이 이뤄질지 기대되네요. 

손해용 기자

“규제 풀면 대기업만 유리하다”는 비판도 있어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습니다. 출총제나 금산분리 같은 정책이 적용되는 기업은 대기업들인데, 이런 규제를 풀면 대기업들만 혜택을 본다는 거예요. 시장에서 대기업의 힘만 세진다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중소기업은 오히려 경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죠.

갑작스러운 규제 완화로 각종 제도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옵니다. 이런 구멍을 이용해 편법적으로 경영을 하는 악덕 기업이 생길 수도 있는 거죠. 시민단체와 노동운동단체들은 이런 점을 우려하면서 당선인의 ‘기업 친화’ 정책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 당선인은 “기업 친화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나라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며 이런 오해를 풀기 위해 애쓰고 있답니다.

이 당선인의 7% 성장 약속에 대한 비판도 있답니다. 일반적으로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성장률은 줄어들게 마련이에요. 그간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거의 선진국 수준으로 커졌기 때문에 7%나 성장하는 것은 무리라는 거지요. 실제로 최근 5년간 우리나라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5% 정도로 5%를 밑돌았습니다.

7%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경기가 좋아지면 사람들은 호주머니가 두둑해져 돈을 많이 쓰게 되지요. 소비가 늘면 보통 물가는 오르게 돼요. 특히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수입하는 석유·곡물 값이 오르는 상황인데, 갑자기 성장하면 물가가 크게 뛸 수 있다는 겁니다. 지난달만 해도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3.6%로 3년2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어요.

하지만 이 당선인은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면 연 7% 성장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성장 잠재력을 결정하는 요인은 사람·돈·생산성, 이렇게 세 가지예요. 사람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기업 친화적인 여건을 만들어 돈을 돌게 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면 목표를 달성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2월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운용이 얼마나 달라질지 궁금합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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