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해는뜨고 해는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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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제2부 불타는 땅 봄날의 달빛(21) 벌거벗은채 매달려 있는화순을 뒤로 하고 노무라가 나카무라를 뒤쫓아나가며 소리쳤다.
『계장님,나카무라 계장님.』 『뭐냐?』 계단에서 몸을 돌리며나카무라가 물었다.
『나 혼자서 하라는 말씀입니까?』 『불거든 연락해라.』 노무라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나 혼자서요.』 『왜? 누구 보내줄까?』 중얼거리듯 말하고나서 나카무라가 빙긋 웃었다.그리고 나서 손짓을 해 노무라를 앞으로 다가서게 했다.그의 어깨를 짚으며 나카무라가 말했다.
『이 자식아.니 맘대로 하란 말이다.너밖에 없으니까.알겠어?』 『네!』 『여자라고 생각하면 안된다.알겠어? 그 다음엔 네가 알아서 해라.올라타든,세워놓고 박든 니 맘대로 해라.불게만하면 된다.』 몸을 돌리며 나카무라가 말했다.
『그년은 분명히 알고 있어,그놈들이 어디로 숨었는지를.』 나카무라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섰다가 노무라가 몸을 돌렸다.그는 화순이 묶여 있는 지하로 내려오며 소리내어 문을 닫았다. 나카무라가 앉았던 의자를 뒤로 밀어놓고 화순의 앞에 서며 노무라는 그녀의 벗은 몸을 바라보았다.두 팔과 다리를 벌린채 묶여 화순은 눈을 감고 있었다.그가 천천히 다가가 젖가슴 앞으로 흘러내린 화순의 머리카락을 목 뒤로 쓸어넘겼다.
노무라가 말했다.
『날 봐라.』 화순은 눈을 감은 채였다.노무라가 그녀의 턱을들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눈을 뜨란 말이다.』 눈가에 퍼렇게 피멍이 든 화순이 눈을떠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 방에 너하고 나밖에 없다.』 아무 말이 없이 화순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가 다른 사람 불러오기 전에 대답을 해라.너 이렇게 버티다가는…여자노릇 못한다.무슨 소린지 알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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