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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결성 30년 그룹 ‘듀란듀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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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데뷔 30주년을 맞은 듀란듀란. 왼쪽부터 닉 로즈(46)·로저 테일러(48)·사이먼 르봉(50)·존 테일러(48). 현재 4인조 밴드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말 12번째 앨범을 내고 포즈를 취했다. 통산 8500만 장의 앨범을 판매했고, 1993년 할리우드 록앤롤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1980년대 초 청춘들은 이들의 강렬하고 세련된 전자음에 매료됐다. 때마침 등장한 비주얼 뮤직의 총아, MTV는 모델을 뺨치는 이들의 외모를 더욱 부각시켜, 여성 팬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영국그룹 듀란듀란이다. 댄스뮤직과 펑크, 전자음악과 록을, 자신들의 외모만큼이나 섹시하게 혼합해 80년대 뉴웨이브를 이끌었다.

옛날 풍경 하나. 80년대 학교 앞 문방구의 브로마이드 판매대는 스타들의 인기를 재는 리트머스 시험지였다. 그중 듀란듀란은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을 차지했었다. 사이먼 르봉(보컬)과 존 테일러(베이스) 중 누가 더 잘 생겼는가를 놓고 여학생들이 편을 가를 정도였다.
 
듀란듀란이 올해 결성 30주년을 맞았다. 80년대 뉴웨이브를 주도했던 또 다른 컬처클럽 등은 문패를 내린 지 오래다. 하지만 듀란듀란은 멤버 간 불화와 균열, 오랜 부진 등에도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결성 30주년을 맞아 지난해 연말 발표한 12번째 앨범 ‘레드카펫 매서커’(Red Carpet Massacre)는 그들의 전설이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사이먼 르봉·존 테일러·닉 로즈(키보드)·로저 테일러(드럼) 등 4명이 이번 앨범에 참여했다.

또한 팝계 최고의 듀오인 팀바랜드(프로듀서)·저스틴 팀버레이크(가수)가 그들의 음악에 새 엔진을 달아줬다. 새 앨범에는 듀란듀란의 새로운 뉴웨이브 사운드가 들어있다. 단순하지만 심오한 발라드곡 ‘폴링 다운’(Falling Down), 팀바랜드의 중독성 있는 비트와 듀란듀란의 펑키 리듬이 어울리는 ‘나이트 러너’(Nite-Runner) 등이 귀에 쏙 들어온다. 감히 듀란듀란의 진화로 부를 만하다.

듀란듀란은 1978년 아트스쿨 학생이던 존 테일러와 닉 로즈가 그룹을 결성하며 탄생했다. 80년 초 보컬 사이먼 르봉과 로저 테일러·앤디 테일러가 가세하며 5인조 그룹으로 성장했다. [사진=듀란듀란 팬클럽 ‘GO DURAN DURAN’ 제공]

듀란듀란의 30주년을 맞아 멤버들과 e-메일 인터뷰를 했다.

-팀바랜드·저스틴 팀버레이크와의 공동작업이 어떻게 이뤄졌나.
 
“지난해 저스틴이 전화를 걸어와 ‘듀란듀란이 팀바랜드와 함께 작업한다고 들었다. 나도 듀란듀란 팬으로서 작업에 동참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 ‘오디너리 월드’(Ordinary World)를 즐겨 들었다고 했다. 지난해 9월 그들과 함께 뉴욕의 스튜디오에서 세 곡을 함께 만들었다.”(존 테일러)
 
-함께 작업한 소감은.
 
“그들이 지금 최고의 자리에 올라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팀바랜드는 록 밴드 쪽으로 영역을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정상에 있으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프로듀서로서 사운드를 처음부터 완전하게 만들어 놓는 것에 익숙한 팀바랜드에게 우리는 ‘이봐! 우리는 밴드란 말이야. 우리는 악기로 우리 스스로를 표현한다고!’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서로 익숙해졌고, 즉흥적인 프로듀싱도 할 수 있었다. 밴드로만 활동해 온 우리가 놓치고 있던 요소를 깨우치고, 배울 수 있었다.”(존 테일러)
 
-‘폴링 다운’이 사이먼 르봉에게 의미가 있는 곡이라고 들었다.

“1992년 모터바이크 사고가 났을 때를 회상하며 쓴 곡이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이 나락에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의지만 있다면 극복하지 못할 것은 없다. 나의 경험뿐만 아니라 밴드가 느꼈던 영광의 순간, 좌절의 순간을 담고 있기도 하다.”(사이먼 르봉)
 
듀란듀란은 85년 영화 007 시리즈 ‘어 뷰 투어 킬’(A View to A Kill)의 OST 작업을 마친 뒤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그룹이 둘로 나뉘어 따로 활동했다. 86년 로저 테일러와 앤디 테일러의 탈퇴로 3인조로 줄어들기도 했다. 80년대가 저물며 그들의 인기도 함께 시들어갔지만, 듀란듀란은 93년 ‘웨딩앨범’(Wedding Album)으로 다시 큰 히트를 쳤다. 2004년 원년 멤버들이 모여 만든 ‘애스트로넛’ 앨범도 실험적인 수작이란 평가다.
 
-이번 앨범에서처럼, 당대 음악과 소통하려는 시도가 무척 중요하다.

“예전에 한 팬이 ‘듀란듀란의 음악은 환상의 제국으로 들어가는 열쇠와 같다. 그 안에는 우리가 꿈꾸던 자유와 가능성이 살아 숨쉬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팬의 말을 빌려 대답하고 싶다. 음악은 만들고 연주하는 사람이 정체하면, 듣는 사람들이 그 안에서 느꼈던 자유, 가능성, 희망들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앞으로도 더 실험적이고, 더 진보적인 음악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리는 ‘80년대 인기밴드’ ‘뉴웨이브의 전설’ 같은 말로 설명되고 싶지 않다.”(로저 테일러)
 
-‘레드카펫 매서커’라는 앨범명과 재킷 사진이 무척 강렬하다.

“앨범의 두 번째 곡이기도 한 ‘레드카펫 매서커’는 유명인사들, 파파라치, 그리고 미디어가 만들어낸 환상을 냉소적으로 표현한 곡이다. 앨범 타이틀에 걸맞게 멋진 앨범커버가 나왔다.”(사이먼 르봉)
 
-결성 30주년을 축하한다. 특별한 계획은.
 
“지난해에 이어 앨범 투어를 계속할 생각이다. 이번 앨범 자체가 우리의 3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닉 로즈)
 
-30년을 지켜온 가장 큰 원동력은.
 
“우리는 보여주기 위한, 꾸미는 음악을 하지 않았다. 가장 트렌디하고 컨템포러리한 사운드를 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으로 시작할 때, 세월에 상관없이 오랜 생명력을 갖는다. 피카소의 어린이 같은 순수성이 피카소의 그림에 영생을 준 것과 마찬가지다.”(로저 테일러)
 
-30년을 대표하는 곡을 꼽는다면.
 
“‘컴 언던’(Come Undone) ‘오디너리 월드’ ‘헝그리 라이크 더 울프’ ‘리오’(Rio)를 꼽고 싶다. 이 곡들은 마치 우리만의 셰익스피어를 연주하는 느낌이다. 시간이 지나도 이 곡들은 뒤처졌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단지 시대에 맞춰 연주할 때 조금의 성형수술(?)을 할 뿐이다.”(닉 로즈) 

정현목 기자

◆1980년대 뉴웨이브=70년대 말 영국을 중심으로 유행했던 펑크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했다. 펑크보다 좀 더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팝·록앤롤·스카·레게 등의 요소를 가미했다. 80년대 팝을 대표하는 악기인 신시사이저가 등장한다는 특징이 있다. 강렬한 전자음과 가수들의 비주얼을 강화한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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