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이명박 특검법’ 내일 결정 … 동행명령제만 위헌 땐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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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헌법재판소가 8일 ‘이명박 특검법’ 관련 헌법소원과 가처분 사건을 10일 오후 2시에 결정한다고 밝혔다. 헌법소원이 접수(지난달 28일)된 지 14일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헌법소원 사건 사상 가장 빠른 결정이다.

 김복기 헌재 공보관은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목영준 재판관)가 10일을 특별기일로 정했다”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특검의 수사 여부를 결정하는 중대 사안이므로 특검 출범 이전에 신속히 처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가 헌법소원에 대해 결정을 내리게 되면 ‘헌법소원이 결정 때까지 특검법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사건은 자동 기각된다.

 헌재가 이명박 특검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 ‘특검수사’는 백지화된다. 그러나 합헌 결정을 내리면 특검은 14일 최장 40일간의 수사에 착수한다.
 ◆다섯 가지 논쟁=이명박 당선인의 형 이상은씨 등 6명이 낸 헌법소원 청구에서 지적하는 위헌 사유는 다섯 가지다.

 특검법이 ▶특정 개인을 처벌하기 위한 ‘처분적’ 법률이고 ▶대법원장의 특검 추천이 권력분립 원칙에 어긋나며 ▶무죄 추정의 원칙을 침해하고 ▶참고인 동행명령제(영장 없이 소환하는 제도)가 영장주의를 위배했고 ▶검찰이 정당하게 수사한 사건을 다시 해 과잉금지의 원칙을 어겼다는 것이다.

 핵심 쟁점은 특검법이 특정인을 처벌하기 위한 법률이고 과잉금지 원칙을 어겼느냐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나면 특검 수사는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정종섭 서울대 교수는 “특검은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기할 수 없는 경우에만 도입해야 하는데 수사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고 지적했다. 그는 “헌재는 의혹이 있을 때마다 특검이 도입되는 것이 옳은지, 특검제가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 전체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장의 특검 추천 조항’에 대한 판단도 특검 수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헌재 관계자는 “이 조항이 위헌이면 특검 임명 자체가 무효가 되기 때문에 이 부분을 보완한 법을 만들어 특검을 다시 임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조항만 위헌 나올 듯=전문가들은 헌재가 “동행명령제 조항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번 헌법소원 사건의 청구인 측 변호인인 주선회(전 헌법재판관) 변호사는 “일부 조항만 위헌이라면 그 조항을 빼고 합헌이라는 뜻”이라며 "한정위헌이나 한정합헌 결정이 나오더라도 특검 수사는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학자들은 “‘이명박 특검’이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가 통과시킨 법이기 때문에 분명하게 위헌 소지가 있는 조항을 제외하곤 위헌 판결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승현·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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