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프랑스에서 그런 운동이 시작됐다. ‘대안경제 개발연대’(Aldea)의 창립자, 파트리크 소바주는 대안 경제를 실천하기 위한 조직을 출범시켰다. 이름에 모든 의미가 담겼다. ‘대안경제개발연대’의 두문자는 ‘알데아’다. 알데아는 에스파냐어로 작은 마을을 뜻한다. 또 소바주가 출범시킨 실천 조직의 두문자는 ‘시갈’(CIGALES)이다. 시갈은 프랑스어로 매미를 뜻한다. 매미 한 마리는 아무런 힘이 없다. 하지만 매미가 모여서 울어대면 온 동네가 떠나갈 듯하다. 한 마디로, 작은 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지역 경제를 살리고 진정한 윤리 경영을 실천해보자는 목적에서 ‘시갈’이란 조직이 결성됐다. 시갈은 하나이면서 다수다. 시갈의 원칙에 합의한 조직은 시갈이란이름을 사용할 수 있고,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각 조직은 5~20명으로 구성된다. 회원은 각자의 사정에 따라 매달 7.5~450유로씩 5년 동안 하나의 통장에 저축한다. 이렇게 모인 돈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소기업에 투자된다. 물론 소기업을 창업하려는 사람에게도 투자한다. 사회적 의미라고 해서 대단한 가치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옷 가게일 수도 있고 세탁소, 정비소, 지방 극단일 수도 있다. 사회적 가치를 갖는 기업이라면 위험 부담이 크더라도 끝까지 믿고 투자한다.
Les CIGALES :notre epargne, levier pour entreprendre autrement (레 시갈 : 투자자 클럽) PascaleDominique Russo 지음 Editions Yves Michel 사 158쪽, 13유로
시갈은 경제 구조를 개편하고 세상의 틀을 다시 짜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현재의 금융 구조에서는 내가 은행에 저축한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모른다. 그러나 시갈의 구조에서는 저축한 사람과 기업가 간에 인간적 관계가 성립한다. 작은 돈이지만 내 돈이 일자리, 즉 노동을 창출하는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다. 또 회원들과 투자할 곳을 논의하는 동안 ‘가치’에 대한 구체적인 뜻을 이해하고 시민 의식을 키우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시갈은 평생 교육의 장이며, 경제를 다른 식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는 민중 교육의 효과를 갖는다.
강주헌 <번역가>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