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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대장이 독점해 온 ‘탑3’에 김기남 黨 비서 입성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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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 08면

북한에 올해처럼 당·정·군 요직의 물갈이 인사가 있었던 적은 드물다. 상반기엔 군령을 집행하는 인민군 총참모장이 김영춘(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차수에서 김격식 대장으로 바뀌었다. 총참모부 작전국장·군단장 등의 전배가 뒤를 이었다. 내각 총리가 박봉주에서 김영일 해운상으로 교체됐고, 공석이던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내각 외무상에 김양건 국방위 참사, 박의춘 전 러시아 대사가 임명됐다. 하반기엔 장성택 당 근로단체 및 수도건설부 제1부부장이 당 행정부장을 겸임하면서 완전 복권됐다. 행정부장은 국가안전보위부·인민보안성·검찰소·재판소를 지도하는 막강한 자리다. 장성택은 2004년 분파 행위로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에서 밀려났다.

공개 활동 수행인물 어떻게 바뀌었나

올해는 새로 발탁된 이들 인사가 적잖게 김정일의 공개 활동을 수행한 것이 특징이다. 김정일의 군 쪽 공개 활동이 줄고 군부 인사 폭이 커 측근들의 수행 횟수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김정일 수행 횟수의 많고 적음이 권력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북한 체제 특성상 정비례 관계에 있는 것은 틀림없다.

2001~2006년의 6년 동안 부동의 수행 횟수 탑3는 인민군 대장들인 현철해 총정치국 상무부국장(한 해 평균 46회), 박재경 인민무력부 부부장(45회·전 총정치국 선전국장), 이명수 국방위원회 행정국장(38회·전 총참모부 작전국장)이다. 당 비서나 부장, 내각 인사들과는 현격한 차이가 났다. 이들 3인방의 수행 횟수가 압도적인 데는 김정일의 군 쪽 공개 활동이 많았던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올해는 탑3에 당료가 치고 들어갔다. 김기남(선전담당) 당 비서가 27회로 현철해(31회)에 이어 공동 2위를 기록했다. 나머지는 역시 27회인 이명수였다. 반면 박재경은 총정치국에서 인민무력부 부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3회로 급감했다. 김정일은 한때 “군 내 모든 선전 업무는 박재경한테서만 듣겠다”고 했을 정도로 그를 신임했다고 한다. 지난해 10회에 그쳤던 김기남의 수행 횟수 급증은 박재경의 인사이동 때문일 수 있다. 실제 김기남은 김정일의 군부대 시찰도 수행했다.

이명수가 올해 작전국장에서 국방위로 자리를 옮겼음에도 수행 횟수가 줄지 않은 점도 주목거리다. 새 작전국장은 김명국 대장이 맡았지만 3회에 그쳤기 때문이다. 국방위가 실질적 최고기관으로 자리잡은 방증일 수도 있고, 작전국장의 수행 필요성이 줄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작전국장의 수행 급감은 북·미 간 정세 호전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남기 당 계획경제부장이 4위(18회)로 올라선 것은 김정일의 경제분야 활동 증가 때문으로 보인다. 2005년에 발탁된 박남기의 지속적인 수행 증가는 그가 북한 계획경제 입안의 총수이자 실세로 자리를 잡았다는 얘기다. 지난해 한 차례도 수행하지 않았던 이제강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생활지도 부문)이 장성택의 행정부장 보임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11월에 한 차례 등장한 것도 흥미롭다. 3년 전 조직지도부에서 장성택을 밀어내는 데 앞장선 그를 수행인물에 넣은 것은 서로를 견제시키려는 김정일의 ‘의전 정치’ 성격이 짙다. 이용철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군사부문·11회),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10회), 이재일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10회)도 올해 김정일 수행 횟수 상위권에 오른 인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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