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 각부처 실상-재정경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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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비록 정부조직개편의 전체적인 방향이 옳더라도 그 실체를「원론적 당위성」으로만 다 설명할 수는 없다.각 부처별「속 사정」과「뒷 이야기」들을 들어보면,해외 연수가 실제로는「해외 유배(流配)」쯤으로 짜여지고 있고,능력 위주의 인력재배치 가 상당 부분 허망한 구호에 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재정경제원은 조직개편 과정 못지 않게 인사에서도 막판까지 행시 기수(期數)간,승진 서열간,구(舊)기획원.재무부 간 인사 형평을 맞추느라 「잘 풀리지 않는」 문제를 붙들고 고생을 했다. 그 과정에서 서로 「내 식구 챙기기」식 힘겨루기도 있었고 결국 「나눠 먹기」식으로 인사가 끝났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직개편 과정에서는 「왜 우리만 많이 줄이느냐」고 반발한 끝에 두 부처에서 모두 한두과가 더 생겨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대충 인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는 있으나 이동 대상자가 워낙 많은데다 총리실.해외연수등으로 나가게 된 사람들로부터 적지 않은 불만이 나오고 있어 후유증이 계속될 전망이다. 1급의 경우 일부 의외의 결과가 있긴 했지만 대부분 기존 자리를 지키는 선에서 내정 인사가 끝났고 1급 승진 인사에서는 힘 겨루기 끝에 상대적으로 고참인 재무부출신 국장들이 기획원 출신에 비해 승진이 많았다.
이에 따라 재무부는 기구축소에도 불구하고 1급 승진은 전례없이 많아 조직개편의 회오리 속에서도 그나마 위안이 된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아래 사람들을 내보내는 과정에서 담당 국.과장들은 심한 인간적인 갈등을 겪었다.
뚜렷한 잣대를 들이대도 설득하기 어려운 일을 「사정이 그렇게됐으니 자리를 좀 비켜달라」는 식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폐지된 심사평가국에서는 『「죄」라면 반발을 무릅쓰고 공기업 민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 뿐인데 왜 난데없이 局을 없애고총리실로 가라고 하느냐』는 식의 반발이 많이 나왔다.
기획원 과장 가운데 5명이 공정거래위로 옮기게 됐는데,그중 3명이 젊고 유능한 박사라는 점에서 어떤 기준으로 이들을 선정했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런 점에서 능력보다는 연공서열및 현직을 중시한 인력조정이 아니었느냐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1급 승진 인사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늦어지는 통에 기획원이라는 조직이 해체돼 모든 직원이 무보직 상태가 됐는데도 국.과장인사도 따라서 늦어져 조직이 「가사(假死)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살아 남은」 사람들의 보직에 대한 갈등도 당분간 이어질여지가 많다.
특히 간부 인사에서는 재무부 출신들과의 「파워게임」이 연출되기도 했다.
비서실장을 기획원 몫으로 하는 대신 총무과장은 재무부가 맡는것으로 하자,기획원쪽에서는 비서실장은 기획원에만 있는 직제인데이것을 총무과장 자리와 「교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불만이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非자발적으로 총리실.공정거래위등 다른 부처로 자리를 옮긴 사람을 포함해 모두 1백76명이 기획원을 떠나야 했다.
직급별로 보면 1급(차관보급)이 2명,국장급이 5명,과장급이19명,사무관이 31명,6~9급이 1백19명이었다.
〈沈相福기자〉 재무부는 이동 대상을▲국세심판소.세무대학등 외부조직에 있는 사람▲해외유학이나 국제기구에 파견나간 경력이 적은 최근 승진자 등의 기준을 적용해 선정했다.
그러나 이같은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해외 유학을 최근에 마친 사람이 다시 해외 근무를 나가게 되는 모순이 벌어지기도 했다.
말이 세계화를 위한 공무원 해외 연수지 실제로는 「해외 유배」나 진배 없는 것이 공무원 사회의 현실인 것이다.
K모 서기관의 경우 3년간의 해외연수에서 얼마 전 돌아왔다가「그것은 연수였지 유학이 아니다」는 이유로 다시 해외로 유랑(流浪)의 길을 떠나게 됐고,L모 서기관도 비슷한 경우.
재무부에서 이번 조직개편으로 다른 기관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명예퇴직.해외유학 등을 떠나게된 서기관(과장급)이상 간부는▲국장급 2명▲과장급 12명을 포함해 모두 1백19명.
이밖에 1급 한 사람은 자리가 없어 산하기관 전출이 불가피한상태다. 〈閔丙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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