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서>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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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25일 막을 내린 극단 현대극장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최근 일기 시작한 국내의 뮤지컬 열기를 확인해준 공연이었다.3천8백석 규모의 국내 최대 공연장 세종문화회관의 모든 좌석이 총6회의 저녁공연 내내 매진됐고 낮 공연도 객석점유율이90%에 이르렀다.
작품의 완성도에서도 원곡의 리듬을 현대 감각에 맞춰 헤비록으로 다시 풀어내고 그동안 우리 뮤지컬 공연의 취약점으로 지적됐던 음향문제를 혁신적으로 개선하는등 한국뮤지컬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린 수작(秀作)이란 호평을 받았다.그러나 『 지저스…』는이같은 외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우리 뮤지컬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 아쉬움을 남겼다.
우선 극의 리듬이 자주 끊기면서 극 전체의 긴장도가 떨어졌다.1시간40분여의 공연에 10여차례의 암전(暗轉)이 반복되는가하면 안무 역시 볼거리에 치중해 잔뜩 늘어놓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그림 만들기에 급급해 극의 흐름을 효율적으 로 살려내지 못했다.아이디어 부재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할까.
또 타이틀 롤을 맡은 가수들의 연기력에서도 적지않은 문제를 드러냈다.전문 뮤지컬 배우가 거의 없는 것이 우리 연극계의 현실이다.가수 조하문의 예수역 캐스팅은 그래서 노래를 중시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다.그러나 조씨의 예수역은 극의 감동을 결정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극 내내 한결같은 표정으로 일관한 조씨는 예수의 고뇌와 사랑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해야 할 골고다고원의 고뇌 장면마저 표정없이 처리,마치 콘서트 무대에 선 가수를 보는 듯한 느낌만 객석에 전달했다.여기에 코러스를 맡은 배우들은 예수에 대한 찬사와 배신을 거듭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극명하게 전달해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맡은 동작을 따라가기에바쁜 맥빠진 연 기로 일관했다.우리 뮤지컬의 고질병으로 취급되던 음향.무대장치라는 하드웨어가 어느정도 정비되자 그간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로 비치던 연기.연출이란 소프트웨어의 부실이 보다 선명하게 부각된 공연이 된 셈이다.
〈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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