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상>인텔과 이미지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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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컴퓨터도 에러를 범할 수 있다」「완전무결한 칩은 있을 수 없다」-컴퓨터 만능시대에 이 무슨 역설인가.
PC의 두뇌인 마이크로프로세서 칩은 줄잡아 3년꼴로 새로운 세대가 탄생한다.속도는 매번 다섯배 빨라지고 칩속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 수는 3배로 늘어난다.
89년 4월에 탄생한 486칩은 트랜지스터가 1백20만개다.
93년 3월에 나온 펜티엄은 무려 3백10만개다.
이 초집적(超集積)의 과정은 완벽할 수가 없다.
트랜지스터가 많아질수록 뜻하지않은 에러와 버그(불량)도 생겨난다. 실리콘 밸리나 「루트 128」(매사추세츠)등 하이테크 고장에서 이는 「쪽팔리는 작은 비밀」로 통한다.내놓고 떠벌리지않을 뿐이다.
소프트웨어 신제품들의 시판이 몇번씩이고 미루어지는 이유도 이「구린」사정들 때문이다.인텔의 386및 486칩은 개발초기 펜티엄보다 결함정도가 훨씬 심했었다.그러나 별 주목을 받지않고 넘어갔다.
이번 「펜티엄 소동」은 기업 대외관계 (PR)의 중요성을 일깨운 상징적 「사건」이다.
컴퓨터칩이 일상생활의 중요한 일부가 되면서 사용자들의 기대수준은 갈수록 높아지고있다.조그만 결함도 금방 발견되고 그에 대한 참을성도 줄어든다.제품의 결함에 대한 기업의 대응이 그만큼중요해진다.
인텔은 초동단계에서 결정적 실수를 범했다.지난 여름 결함을 발견하고도 쉬쉬해왔다.어느 수학교수에 의해 결함이 일반에 알려지자 인텔은 「칩의 교환을 원하는 고객은 전화로 신청하되 교체여부는 사용자의 상황을 들어보고 판단하겠다」고 공 고했다.고단위계산이 필요없는 일반고객은 상관않겠다는 식의 고자세였다.
인텔은 「우리가 최고며 우리만이 옳다」는 스파르타식 기업문화로 유명하다.PC산업의 표준을 스스로 정하고 계속 앞을 달리는자의 오만이다.
중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일수록 고객에 대한 신뢰감과 윤리가 그 기업의 생명이다.대책은 단 하나,「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즉각 파악하고 진실을 그것도 빨리 알리는 길」뿐이라고 한다.「미친듯 집착한 자만이 살아남는다」가 인텔의 기업모토다.
「고객에 집착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교훈을 인텔은 뼈저리게 배우는 중이다.이같은 결함소동은 『언제 어느 업체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고 하이테크업계는 고백한다.「컴퓨터에 대한 맹신(盲信)」에 소중한 경종이다.
〈本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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