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벽’ 이선규, 프로 배구 통산 첫 300블로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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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선규가 20일 LIG전에서 속공을 하고 있다. [사진=김민규 일간스포츠 기자]

프로배구 V리그 현대캐피탈과 LIG손해보험의 20일 천안경기. 2세트 10-9로 현대캐피탈이 앞선 상황에서 LIG 신인 김요한(1m98㎝)이 외국인선수 팔라스카 대신 투입됐다. 현대캐피탈 센터 이선규(26·2m)는 LIG 이경수(1m97㎝)의 후위공격을 가로막더니 곧바로 김요한의 스파이크도 블로킹, ‘프로의 벽’을 직접 느끼게 했다.

블로킹을 잡은 뒤 곱상한 얼굴로 ‘씩-’ 하고 웃는 그는 ‘베이비페이스 킬러’의 전형이다.

‘새로운 거미손’ 이선규의 시대가 열렸다. 그는 20일 프로통산 첫 300블로킹을 달성했다. 50개, 100개까지는 신선호(삼성화재)가 앞서갔지만 150개 이후는 이선규의 독주다.

‘원조 거미손’ 방신봉(LIG)을 닮기 위해 연습했던 후배가 어느덧 선배의 별명을 넘겨받았다. 2005년에는 아시아선수권에서 블로킹상을 받으면서 아시아 최고 센터로도 인정받았다.

이선규에게 블로킹 비법을 묻자 “부지런히 뛰어다니고 선수들의 스타일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경수는 대각 쪽으로, 팔라스카는 중앙 쪽으로 많이 때리기 때문에 방향을 맞춰야 하고, 장광균(대한항공)은 빠르게, 신영수(대한항공)는 다소 느리게 때리므로 타이밍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블로킹에 비해 속공 능력이 떨어지는 방신봉과 달리, 이선규는 A속공도 국내 최고다. 어택라인 가까이 떨어지는 이선규의 A속공은 리시브는 고사하고 블로킹으로도 잡기 힘들다. 속공 타이밍까지 다양해 어쩌다 하나를 막아도 두 번 연속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선규는 ‘속공수’보다 ‘ 블로커’로 불리기를 원한다. “블로킹 손맛이 속공보다 짜릿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통산 1000블로킹을 넘는 것”이다. 3년 만에 300블로킹을 성공한 현 추세대로라면 목표까지 7년이 남았다. 

장혜수 기자, 사진=김민규 일간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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