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자.정치인.관료가 규제완화 장애요인-韓經硏,설문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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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정부가 지난 두해동안 약방의 감초처럼 되풀이 강조해온 규제완화가 제대로 성과를 얻고 있을까.이젠 가시적 성과를 얻을 때도됐는데 결론은 『그렇지 못하다』다.이같은 반응은 정부가 애써 만든 「규제완화 추진기구」에서 고생하며 일하는 공무원들 입에서나와 더욱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세계화를 겨냥해서 정부조직까지 뜯어고치고 나오는 판에 『규제가 여전하다』고 하니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전경련부설 한국경제연구원(연구담당 金一仲연구위원.洪成宗선임연구원)은 6개 규제완화 기구에 종사하는 3백13명중 중복된 사람을 뺀 2백71명(공무원 1백90명,민간인 81명)에 대해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석달동안 방문면접조사를 해 그같은 결과를 얻어 냈다.정부가 운영해온 규제완화기구는 현재 6개.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행정쇄신위원회와 경제기획원의 경제행정규제완화위원회,상공부 기업활동규제심의위원회에 총리실직속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총무처 행정규제합동심의회의,지 난 6월까지 한시운영된 청와대 경제규제완화점검단이 포함됐다.
이들 기관종사자들은 조사에서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가 여전히심하다』(공무원 86%,민간인 98%)고 입을 모았다.「말로만」규제가 줄었다는 일반국민의 인식을 재확인해준 셈이다.
이에 비해 10월말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정반대다.정부 일각에서도 규제완화가 피부에 와닿게는 잘 안되고 있다는 입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발표내용은 그동안 무려 2천9백87건의 규제완화 대상을 찾아내 완화를 추진했으며 그중 80% 정도는 완료됐다는게 골자였다.
3천건이나 되는 규제완화를 추진해 성과를 올렸다는데 왜 국민대다수는 물론 담당공무원들조차 성과를 피부로 못느끼는가.
조사대상의 52%가 「핵심 규제사항이 완화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또 34%는 「찾아낸 규제완화 대상이 전체로 볼 때는 미미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규제완화가 본질적.
근본적 제도개선보다 단편적 하위 규제사항의 절차개 선에 그치기때문에 성과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규제완화 장애요인에 대한 답변은 규제완화가 왜 잘 안되는지를가장 적나라하게 설명해 준다.공무원의 경우 51%가 민간기득권자의 반발,37%는 권한축소를 우려하는 정치인.관료들의 태도때문이라고 답했다.그에 비해 민간인 종사자들의 7 9%는 권한축소를 우려하는 정치인.관료태도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규제완화가 본질적으로 힘든 이유가 정치인.관료.민간 기득권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더 지키려는데 있음을 시사했다.
그들은 또 정부의 규제완화작업이 제풀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는분위기를 보였다.규제완화기구가 한시적일 것이라는 응답(40%)이 영속적일 것이라는 응답(37%)보다 많게 나타난 것이다.
또 규제완화 발굴작업때는 다소 열의를 보이다가 심의단계에서는덜 적극적이 되고 시행단계에 가서는 흐지부지된다는 「일관성부족」도 지적됐다.
특히 대다수가 6개 추진기구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조사를 한 金연구위원은 『제일 우려되는 점은 규제완화를원칙에선 찬성하지만 그 규제완화로 나의 이익을 해쳐서는 안된다는 반(反)규제완화적 사회심리가 아직도 강한 점』이라고 지적,규제완화는 단순히 행정행위로만 해소할 수 없는 뿌리깊은 사회병리치료에서 출발돼야 한다고 풀이했다.
〈趙鏞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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