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금이 사라졌다" 일본 국민 분노 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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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일본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정권이 노후 생활자금으로 65세가 되면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국민연금 관리 문제로 흔들리고 있다. 정부 기관의 어처구니 없는 부실 관리 때문에 25년간 납부해야 수급 자격이 생기는 연금 납부 기록이 대량 사라졌기 때문이다. 주로 자영업자가 가입하는 국민연금은 '기초연금' 기능 때문에 퇴직 공무원.회사원은 물론 가정주부까지 전 국민이 가입한다.

이를 관리하는 사회보험청이 30년 전부터 납부 기록을 허술하게 관리해 어떤 사람이 어느 기간 동안 얼마를 냈는지 파악할 수 없는 보험 기록이 5000만 건에 이르는 것으로 올 초 밝혀졌다.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최후의 한 사람, 최후의 1엔까지 확인한다"며 내년 3월까지 시간을 달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게 된 유권자들은 크게 분노했고, 그 결과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의 참패로 표출됐다. 자민당은 연금 전문가로 학자 출신인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의원을 후생노동상에 긴급 투입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마스조에는 최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작업으로 명단 대조 작업을 한 결과 누락된 기록 가운데 40%인 1975만 건은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사회보험청이 1975년부터 15년간에 걸쳐 납부 기록을 전산화하는 과정에서 이름이나 생년월일을 부실하게 입력해 납부자와 명의가 완전히 뒤죽박죽 돼 버린 것이다.

자민당은 사회보험청을 해체하고 업무 절차를 명확하게 처리하는 기능을 갖춘 새로운 기구로 전환하는 등 제도 개혁에도 나서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분노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야당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중의원 해산과 총선 실시를 노리고 있는 민주당은 "자민당에 국민의 노후생활 자금을 맡길 수 없다"며 정권 교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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