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전전패 폴란드가 스페인 깨주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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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여자핸드볼 세계선수권대회 조 예선전에서 한국 오성옥<中>의 점프슛을 헝가리 수비진이 반칙으로 막고 있다. [디종 AFP=연합뉴스]

 “고맙다 폴란드. 약속을 지켜줘서.”

 한국 여자핸드볼대표팀이 폴란드 덕분에 극적으로 세계선수권 8강에 진출했다.

 자력으로는 8강 진출이 불가능했던 한국은 12일(한국시간) 강호 헝가리를 31-26으로 꺾은 데다 최하위 폴란드가 4위 스페인을 30-29로 잡아 준 덕분에 스페인(1승1무3패)을 제치고 본선 2조 4위(2승3패)로 8강에 올랐다.

 폴란드는 전날까지 본선 전패(4패)였다. 한국과 같은 머큐리 호텔에 묵고 있는 폴란드 코칭스태프는 11일 호텔 로비에서 만난 한국 임원진에 “우리의 자존심을 위해서도, 또 한국을 위해서도 스페인을 꼭 꺾겠다”고 말했고 결국 약속을 지켰다.

 헝가리전 승리 후 호텔에 돌아온 한국팀은 폴란드-스페인전을 TV로 볼 수 없었다. 머큐리 호텔에는 이번 대회를 독점 중계하고 있는 케이블 채널(Sport+)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어쩔 수 없이 인터넷 문자중계를 보면서 가슴을 졸여야 했다.

 종료 5분 전까지 5점 차로 앞서 가던 폴란드가 종료 1분을 남기고 30-29까지 추격을 당하자 “이러다 역전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에 싸였다. 이때 누군가 복도에서 큰소리로 “폴란드가 이겼다. 1점 차로 이겼다”고 소리쳤고,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일제히 방문을 열고 나와 얼싸안으며 8강 진출을 자축했다. 김진수 단장은 “폴란드 선수들이 돌아올 때 마중이라도 나가야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의 임영철 감독은 헝가리 전을 앞두고 “눈빛이 죽어 있다”며 선수들을 호되게 야단쳤다. 충격요법은 톡톡히 효과를 봤다. 맏언니 오성옥(35)은 헝가리 선수들과 충돌해 수 차례 넘어지면서도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후배들의 눈빛도 달라졌다. 전반을 12-9로 마친 한국의 기세는 후반에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미 8강행을 확정 지은 헝가리 선수들은 점수 차가 10점 이상 벌어지자 경기를 거의 포기해 버렸다.

임 감독은 “헝가리보다 한국 선수들의 정신력이 앞섰다”며 “8강에서 1조 1위인 노르웨이와 맞붙지만 익숙한 상대라 오히려 잘된 일”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8강전은 14일 파리에서 열린다.

디종(프랑스)=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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