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검찰, 김경준 메모 고의 누락" 한나라 "검사 탄핵은 다수당의 폭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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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김정훈 의원<左>과 대통합민주신당 정봉주 의원이 12일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이 출석한 국회 정무위에서 BBK와 관련해 설전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국회는 12일 본회의를 열어 대통합민주신당이 제출한 BBK 주가조작 사건 수사검사 3인의 탄핵소추안에 대한 국회사무처의 보고를 들었다. 이에 따라 김홍일 서울지검 3차장, 최재경 특수1부장, 김기동 특수1부 부부장 등 3인에 대한 탄핵소추안 처리 절차가 시작됐다. 14일 오후 예정된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표결 처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 처리하고 재적 의원(299명)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된다. 시한 내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이날 본회의는 한나라당 의원의 불참으로 신당 의원만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임채정 국회의장이 'BBK 특검법'과 BBK 사건 국정조사 및 청문회 요구서의 직권상정은 유보했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물리적 충돌없이 탄핵소추안 보고 절차가 끝났다.

하지만 신당과 한나라당은 14일 표결에 대비해 의원 총 동원령을 내렸다.

캐스팅보트를 쥔 민노당과 민주당은 탄핵소추안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사상 첫 검사 탄핵소추안은 가결 가능성이 크지 않다. 하지만 BBK 특검법안에 대해선 찬성 기류가 우세해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

본회의장 격돌은 피했지만 상임위장에선 대선을 앞둔 여야 간 다툼이 산발적으로 이어졌다. 신당과 한나라당은 각각 정무위와 정보위를 소집해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의혹 제기에 나섰다.

신당 정봉주 의원은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이 출석한 정무위에서 하나은행 벤처투자팀의 내부 보고서, 하나은행과 LKe뱅크 사이에 오간 e-메일 문서를 공개하며 하나은행의 LKe뱅크 투자 과정에 김승유 당시 하나은행장(현 하나금융 회장)이 적극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서혜석 의원도 "김경준씨가 '이명박씨가 하나은행에 전화해 해결해 준다'고 말했다는데 그 부분을 조사한 적 있느냐"고 추궁했다. 금감위 관계자들은 "검사한 사항은 관련법에 따라 알려줄 수 없게 돼 있다"고 답변했다. 김 금감위원장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속이는 것은 없다. 금감원은 임의적 검사권만 있는 기관이어서 (조사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하나은행 관계자는 "김경준씨의 말만 듣고 BBK와 LKe뱅크 관련 서류를 작성했을 뿐이며 실제로 BBK와 LKe뱅크의 당시 주주가 누구인가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김승유 당시 행장과의 관련설을 부인했다.

한나라당이 소집한 정보위에서 정형근 의원은 "미국 LA 총영사관에 근무 중인 김만복 국정원장의 핵심 측근이 김씨의 입국과 관련됐다는 의혹이 있다"며 "김 원장이 오늘(12일) 러시아로 출국한 것도 중간에 평양에 들렀다가 LA로 건너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것이란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진 의원은 "국정원장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여러 가지 행보를 보이는 이유가 뭔지 해명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측은 "국정원은 BBK나 김경준씨와 관련해 어떤 정보도 수집한 적이 없고, 김씨의 입국과도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김정욱.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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