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지지층 37%가 “李·昌 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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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대선 후보의 지지층은 어떤 사람들로 구성됐을까. 이번 조사를 통해 가늠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먼저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범여권 후보에 대한 반감이 강했다. 이들 중 52.1%가 이명박 후보를 택했으며 이회창 후보가 16.4%로 뒤를 이었다. 둘을 합치면 68.5%다. 정동영 후보와 문국현 후보를 지지한 사람은 각각 10.8%와 5.8%였다.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 평가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범여권 후보에 대한 쏠림현상이 그리 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정동영 후보가 34.1%의 지지를 받아 가장 높았지만 이명박 후보의 23.5%와 차이가 크지 않았다. 이회창 후보(13.9%)가 문국현 후보(11.0%)보다 높게 나타났다. 노 대통령 지지자 중에서도 37.4%가 두 보수주자에게 표를 주려 한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 지지층의 분산 현상은 정당 선호에서 더 뚜렷하다.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 평가하는 사람 중 25.7%만이 대통합민주신당을 지지한다고 밝혀 한나라당 지지 비율(25.3%)과 거의 같았다. 역선택의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신당이 현 정부 지지층조차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에 비해 노 대통령을 부정 평가한 사람 중 54.9%가 한나라당을 지지해 신당 지지비율(6.1%)을 압도했다. ‘반(反)노무현’ 세력의 한나라당 편향성이 뚜렷한 것이다.

정당 지지자의 결집도는 대통합민주신당이 강했다. 신당 지지자 중 75.8%가 정 후보를 선택했다. 한나라당 지지자 중 71.8%가 이명박 후보를 택한 것보다 다소 높은 비율이다. 그러나 정당 지지도에서 워낙 차이가 커(신당 12.5%, 한나라당 45.1%) 신당의 응집력이 정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정+문+이인제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을 고려해 신당과 창조한국당·민주당 지지도를 합해도 20%가 안 된다. 한나라당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다만 27.9%에 이르는 ‘지지정당 없음·무응답’층까지 더할 경우라야 가까스로 견줄 만하다.

이회창 후보의 경우 한나라당 지지자 중 15.6%가 뽑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명박 후보의 4분의 1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수도권 40대만의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자의 78.3%가 이명박 후보를, 14.5%가 이회창 후보를 선택했다. 이회창 후보로의 이탈이 전국 대상 조사보다 적은 것이다. 이회창 후보가 한나라당 지지층을 획기적으로 끌어내지 못하면 역전이 어려운 상황임이 분명하다.

응답자 연령층에 따라 지지 후보 차이가 뚜렷이 나타난 것이 이번 조사의 특징이다. 60대 이상의 경우 이명박 후보 지지율이 54.0%로 정동영 후보(18.2%)의 세 배가량 됐으나 20대 응답자는 이 후보(26.1%)와 정 후보(24.1%)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여성의 경우 37.9%가 정 후보를 택해 이 후보 지지비율(20.5%)보다 월등했다.

‘고연령=보수, 저연령=진보’라는 기존 관념에 부합하는 수치다. 젊은 층의 투표율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정동영·이회창 후보 간 2위 싸움도 치열하다. 정 후보가 수도권·호남에서 앞섰고 이 후보는 영남·충청·강원·제주에서 2위에 올랐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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