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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57) 서울 동작갑 사회민주당 장기표 대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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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표(59) 사회민주당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의 무능력과 측근비리 등을 들어 “총선 전에 노 대통령을 꼭 탄핵해야 한다”며 “4·15 총선은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이루어 지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국정운영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총선에만 올인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이토록 어려운데 경제부총리를 총선에 내보낸다는 게 말이 됩니까? 실패한 DJ(김대중 전 대통령) 경제정책을 이끌었던 사람을 다시 기용한 것도 국민을 현혹하는 총선용 전략 아닙니까? 이렇게 선거에 올인하지 않아도 국정운영을 잘하면 표는 많이 나오게 되어 있어요.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이 무능부패정권을 준엄하게 심판해야 합니다.”

장 대표는 또 “정치를 바꾸려면 부패와 불신으로 얼룩진 기존 정당으로는 절대 안 된다”면서 “신생 진보정당이 그 몫을 자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국회의원들을 다시 찍겠다고 하는 비율이 20%도 채 되지 않습니다. 집권 여당을 자처하는 열린우리당도 지지율이 30%를 넘지 못하고 있어요. 국민의 50%는 지지할 정당이 없다고 말하고 있구요. 기존 정당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했습니다. 이제 그 자리를 대신할 새로운 정당, 새로운 정치세력이 전면에 나서야 합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민노당·사민당 등 진보적인 군소 정당과 단체들이 서로 연대해 힘을 모으면 “진보 세력의 원내 진출이 꼭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사민당과 녹색평화당이 합당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루어진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보화 시대가 진전될수록 고도의 첨단산업이 발달하고 상대적으로 노동에 대한 의존도가 저하됩니다. 그렇게 되면 대량실업 사태와 빈부 양극화가 불가피하게 되죠. 사민당은 사회보장제도를 핵심 정책으로 하는 사회민주주의 정당입니다. 녹색평화당은 과학기술의 발달이 야기하는 환경파괴를 막고, 친환경주의·생태주의·인간주의와 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당이구요. 궁극적으로 두 당이 지향하는 바가 서로 통한다고 볼 수 있죠. 저는 두 당의 합당과 관련해 총선전략의 의미보다는 역사적인 의미에 더 무게를 싣고 싶습니다.”

사민당은 지난 1월 ‘범국민 정책 설문조사’를 실시해 발표했다. 이 당은 회수된 1만여 부의 설문지를 분석한 결과, “응답자의 60%는 사민주의 정당의 필요성을 강하게 공감하고 있고, 50%는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사회체제로 유럽식 자본주의(사민주의)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 ‘노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엔 33%가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50명, 비례대표 10명의 후보를 내 적어도 지역구 5곳은 꼭 당선시키겠다”고 장담했다. 자신은 “서울 동작갑에 지역구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위에서 비례대표를 권하기도 했지만, 당에서 낼 수 있는 후보가 많지 않은데 대표가 뒷짐지고 앉아 있으면 되겠습니까? 선거에 당이 도전적으로 임하려면 저부터 결연히 나서야죠. ”

장기표 대표는 1990년 민중당 시절부터 1996년 꼬마민주당 시절까지 동작갑 지구당 위원장을 지냈다. 지난 2002년 민주당에 입당하면서 잠시 영등포을로 지역구를 옮기긴 했지만, 여전히 그는 동작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력한 경쟁자인 한나라당 서청원 의원에 대해선 ‘현재 구속 중인 사람이니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마지막 재야’로 불리는 장 대표지만 그에 대해서는 ‘안 되는 일만 죽어라 쫓아다닌 철새정치인’이란 평도 따라다닌다. 90년 민중당 창당 때 현실정치에 뛰어든 뒤, 그는 지금까지 6번이나 당적을 옮겼다(민중당→ 꼬마민주당→ 새시대개혁당→ 민주국민당→ 푸른정치연합→ 민주당→ 사회민주당). 총선시민연대가 벼르는 낙천 대상 중 ‘철새행태’에 해당하는 셈이다. 그러나 그는 정작 “나야말로 철새정치인이 절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 사회민주당은 지난 1월 ‘범국민 정책 설문조사’결과를 발표했다. 4.15 총선에 서울 동작갑에서 출마하는 이 당의 장기표 대표는 이 조사 결과를 근거로 국회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를 촉구했다.

“철새정치인이란 권력을 쫓아다닌 사람을 가리키는 거 아닙니까? 권력을 멀리하면서 일관된 소신과 이념을 갖고 노력한 정치인은 대한민국에 저밖에 없어요. 이 당 저 당 옮긴 것도 들여다보면 그 노력의 증거라고 볼 수 있죠.”

그러면서 “권력과 지역주의에 편승해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과는 다르다”, “나야말로 3김정치, 지역주의 정치를 반대해 외길을 걸어온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에 몸담았던 이력에 대해선 “당시 어려운 정치 현실 속에서 좌절해 저지른 한 순간의 실수였다”며, 탈당을 결심하자 “비로소 마음이 자유로울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열린우리당의 김근태·이부영 의원 등과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이끈 트로이카이다. 그에게 두 사람으로부터 당을 함께 하자는 제의는 없었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는 단호하게 “노무현 당을 따라갈 마음이 전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한마디로 제대로 된 이념도, 정책도, 개혁도 없는 당입니다. 노 대통령이 입당도 하지 않았는데 여당을 자처하니 우스운 일 아닙니까? 열린우리당 사람들이 외치는 개혁은 ‘지구당 폐지, 원내정당화, 상향식 공천’등입니다. 그건 ‘차떼기당’인 한나라당도 하고 있는 거예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비판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해체되어야 할 당입니다. ‘부패, 지역주의, 군사독재’라는 원죄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죠. 한나라당 덕에 반개혁적인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존립 근거가 생기는 거예요. 바로 ‘그래도 한나라당보다는 우리가 낫지 않느냐’ 하는 차악의 논리죠. 기존 정당을 제대로 심판하려면, 한나라당을 해체시켜야 합니다.”

17대 총선에 대한 전망을 물었다.

“돈선거와 지역주의가 많이 퇴색할 겁니다. 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둘다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기 때문에 양강 구도가 되긴 어려울 겁니다. 어쨌거나 국민들이 정책이나 인물 위주로 선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그렇게 되면 사민당 같은 신생 진보정당이 큰 성과를 거둘 거로 봅니다.”

그는 특히 이번 총선에서 ‘민노당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상당수의 노동자 후보가 국회에 등원할 겁니다. 이제 노동자를 대표하는 세력이 합법적인 공간에서 책임있게 의사를 밝히고 권익을 추구할 때가 됐어요. 민노당이 국회의원을 배출하면 좀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마련될 거로 봅니다.”

한편 총선시민연대의 낙천운동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취지엔 공감하지만, 그런다고 정치가 근본적으로 바뀌진 않습니다. 부패 정치인 몇 명을 사법처리하거나 낙선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현역 의원 물갈이가 아니라 정치판 판갈이를 해야 합니다. 낙천·낙선 대상자들만 부패·지역주의 정치인입니까? 경중의 차이일 뿐입니다. 자칫 지금껏 똑같이 부패·무능·지역주의를 자행해 온 정치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됩니다.”

주 진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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