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던져 엄마 살린 '효녀 영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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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알렉시스 고긴스와 엄마 셀리사 파커<左>가 사고 나기 전 집에서 찍은 사진.

미국 디트로이트에 사는 일곱 살 소녀가 총격을 받게 된 엄마를 몸으로 막아 목숨을 구했으나 자신은 실명 위기에 처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5일 보도했다. 사건은 이달 1일 자정 무렵 디트로이트에서 벌어졌다. 캠벨 초등학교 1년생인 알렉시스 고긴스(7)는 엄마 셀리사 파커(30)와 함께 엄마 친구인 에이셔 포드의 집에 가기 위해 포드가 몰고 온 SUV에 몸을 싣는 순간 총을 든 괴한에게 붙잡혔다. 괴한은 파커가 6개월쯤 사귀다 헤어진 옛 남자 친구 켈빈 틸리에(29)였다. 그의 손엔 권총이 들려 있었다.

틸리에는 포드에게 "6마일을 달려라"고 명령했다. "인적 없는 곳에 끌고 가 셋 다 죽일 모양"이라 생각한 포드는 기지를 발휘해 "기름이 떨어졌다"며 길가의 주유소에 차를 세웠다. 기름을 넣는 척하며 경찰에 신고할 생각이었다.

틸리에는 포드에게 10달러를 주며 기름을 채우라고 말한 뒤 포드가 차에서 내리자 파커에게 총을 겨눴다. 파커는 살려 달라고 애원했지만 틸리에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총을 쏘았다. 그 순간 알렉시스가 엄마와 틸리에 사이로 뛰어들어 "아저씨, 제발 엄마를 살려 주세요"라고 애원했다.

얼굴과 몸통에 총탄 6발을 맞은 알렉시스는 피투성이가 된 채 차 바닥에 쓰러졌다. 그 통에 총알이 떨어져 엄마는 목숨을 건졌다.

디트로이트 병원에 긴급 후송된 알렉시스는 수술 끝에 목숨은 건졌으나 안타깝게도 오른쪽 눈의 시력을 상실할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입원한 엄마도 치료 끝에 회복돼 퇴원했다.

전과 4범 경력의 틸리에는 포드의 신고로 현장에서 검거돼 13일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디트로이트 뉴스 등 현지 언론들은 엄마를 살리려 몸을 던진 알렉시스의 용기를 대서특필하면서 그녀를 "하늘에서 온 천사" "소녀 영웅"으로 소개했다. 이에 감동한 주민들로부터 고긴스에게 성금이 답지하고 있다. 캠벨 초등학교는 5일 '영웅 고긴스 기금' 계좌를 인근 코메리카 은행에 마련하고 성금을 모으고 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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