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파워!중견기업] 친환경 자동차 내장재 ‘세계 3대 업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대한상의·중앙일보가 주최한 올해 ‘기업혁신대상’에서 중소기업 부문 대통령상을 받은 호성케멕스의 박종욱 사장. 그는 “사업구조 개편과 경영혁신으로 강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안성식 기자]

근래 출고되는 현대 베라크루즈나 기아 오피러스에선 새 차 냄새를 느끼기 힘들다고 한다. 자동차 내장재로 PVC 대신 친환경 소재인 TPU를 쓰기 때문이란다. PVC는 재활용이 어렵고 소각과정에서 유해 물질인 다이옥신을 배출하지만 TPU는 같은 석유화학제품이면서도 매립하면 스스로 분해돼 썩는다. 이 TPU를 만들 수 있는 곳은 세계에서 세 곳밖에 없다. 일본의 산요화성과 독일의 바이엘, 그리고 우리나라의 호성케멕스다.

호성케멕스는 LG화학과 한화종합화학·금호석유화학·제일모직 등에 화학제품의 중간 원료를 공급한다. 접착제에 쓰이는 용제류와 신발 및 공업용 폴리우레탄 제품을 생산한다. 또 합성수지를 만들 때 촉매 역할을 하는 종합개시제의 공급물량 면에서 국내 1위다.

석유화학 산업의 급성장으로 1978년 문을 연 호성케멕스는 탄탄한 기반을 일궈왔지만 근래 가격 경쟁력 면에서 중국 제품에 밀리기 시작했다. 거래 업체들이 중국 등으로 이전하고 유가 등 원자재 값이 급등하자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2003년 하반기부터 수익성이 악화돼 2005년에는 적자회사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깊어갔다. 2002년 929억원 하던 매출이 2005년 1194억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002년 75억원에서 절반 이하(33억원)로 곤두박질한 것. 박종욱(59 ) 사장은 “사업구조를 바꾸는 것이 생존의 필수과제였다”고 회고했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 중간 제품 위주의 사업영역을 완제품 생산으로 확대했다. 자동차와 바이오·메디컬 분야에 뛰어들기 위한 연구개발(R&D)에 착수했다. 또 자동차 내장재 등에 쓰이는 TPU 소재를 개발했다. ‘메디폼’에 들어가는 상처 치료용 발포폼, 수술한 장기와 주변의 장기가 달라붙는 것을 막아주는 유착 방지제 등이 그때 나왔다. TPU는 생산 2년째인 올해 100억원의 신규 매출을 확보했고 자동차 산업에 진입하는 길을 터줬다. 상처 치료용 발포폼과 유착 방지제 같은 바이오 메디컬 제품에서도 총 140억원의 신규 매출을 일궈냈다.

이 회사가 뽐내는 ‘채권관리 시스템’도 이 시기에 도입한 경영혁신 사례다. 2002년까지 누적 부실채권이 70억원에 달할 정도로 미수금 관리는 오랜 숙제였다. 부실채권이 영업이익과 비슷한 수준이라 물건을 팔아봤자 벌이가 되지 못했다. 특단의 방안을 강구했다. 임직원 모두 채권 전문가가 되자는 것이었다.

“떼일 곳에는 팔지 말자, 받을 돈은 독종같이 챙기자는 것이었죠. 남들이 물건을 공급하는 회사에 우리도 같이 가서 팔다 보니 거래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어요. 결국 판매대금을 못 받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전 임직원은 토요일에도 출근해 분기별로 총 16시간 채권관리 강의를 들었다. 채권 기초지식은 물론이고 납품하지 말아야 할 회사를 가리는 법 등을 200쪽짜리 서적 두 권을 교과서 삼아 공부했다. 안전한 회사만 골라 물건을 팔다간 외형을 늘리기 어렵다는 영업부서의 반대를 무릅쓰고 리스크 관리에 매진한 결과 부실채권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부터 신규 부실채권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는 회사 측 설명이다. 거래처의 신용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공유하기 위해 영업사원이 쓴 방문일지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했다. 외환 거래에서 필요한 부분을 빼곤 무차입 경영을 해 왔다.

직원들이 휴일까지 반납하며 경영혁신에 매진할 수 있었던 데는 직원을 존중하는 분위기도 한몫했다. 호성케멕스는 두 자녀까지 대학 학비를 지원한다. 임직원 부인을 초청해 경영설명회도 했다. 지난해 도입한 경영실적 연동 임금제는 경영환경이 나빠지면 인원을 줄이는 대신 임금을 낮추자는 취지를 담았다. 임금을 깎으려는 사용자의 술수라며 노조가 반발했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이 늘어나자 회사는 노조가 요구한 100%의 세 배인 300%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또한 연 2회 실시하는 노사 합동 극기훈련과 노사 직무교대 체험 등을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 왔다. 덕분에 전남 여수화학단지 내 대표적인 무분규 사업장이란 명성을 얻었다.

호성케멕스는 지난달 2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수여하는 14회 ‘기업혁신대상’ 중소기업부문 대통령상을 받았다. 이 회사는 코스닥 공개 기업이다. 박 사장은 “경영혁신을 통해 2005년 250억원 안팎이던 기업 가치가 네 배 가까이로 뛰었다”고 말했다. 

글=하현옥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