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폴크스바겐 골프TDI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5면

현대자동차는 회사 최초의 해치백 모델인 ‘i30’(아이 써티)를 출시하면서 폴크스바겐 골프가 경쟁 모델이라고 했다. 골프가 해치백의 대표적 차종일 뿐 아니라 이미 국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예다. 골프의 디젤 모델 TDI를 타고 서울 시내와 6번 국도를 달려봤다. 가격을 500만원 내린 탓인지 시트 재질이 가죽에서 직물로 변했다. 하지만 MP3 기능을 추가했다. 또 디자인 일부와 엔진을 제외하면 하체가 튼튼한 운동 선수 같은 몸체와 차체라인이 가솔린 모델인 GTI와 큰 차이가 없다.

 시트는 몸을 양 옆에서 꼭 붙잡아주는 스포츠가 전용의 버킷 시트다. 급한 커브에서도 상체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게 지탱시켜 준다. 울퉁불퉁한 도로에서 노면의 불규칙성이 엉덩이에 그대로 전달됐다. 하지만 1시간 이상 시속 80㎞ 정도로 운전하고 난 뒤에도 허리가 아프다는 느낌은 오지 않았다. 버킷 시트 덕에 상체의 흔들림이 적어서였다. 뒷좌석에 앉은 동승객에게는 딱딱한 승차감 때문에 미안하기도 했다. 이 시트는 차에서 내릴 때 불편하다. 단번에 다리가 옆으로 돌려지지 않고 턱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자연히 버르적거리며 내리게 된다. 여성들이 치마를 입고 오르내리기에는 여간 불편하지 않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깊숙이 눌렀다. 첫 느낌은 GTI에 비해 굼떴다. 제원표에 따르면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9.3초나 돼 가솔린 모델보다 2∼3초 더 걸린다. 시속 60㎞ 정도까지 나간 뒤에는 무섭게 속도가 올라갔다. 마치 뒤에서 뭔가가 밀어붙이는 듯했다. 두 시간 정도 달리고 나서 연료 계기판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100㎞ 정도 달렸는데 계기판의 눈금이 세 칸도 내려가지 않았다. 하지만 디젤 특유의 엔진 소리가 귀에 거슬릴 수 있다. “주행 시 소음이 71dB로 가솔린 모델보다 조용하다”는 안내서와 다른 느낌이다.

 자동변속기를 달았음에도 15도 정도의 경사에서는 정지했다 출발할 때 차가 뒤로 밀려 깜짝 놀라게 한다. 나윤석 폴크스바겐 부장은 “수동변속기와 자동변속기의 장점을 결합하여 운전의 재미를 극대화한 DSG(Direct Shift Gearbox) 변속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병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