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 ‘성탄 사면’ 이뤄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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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연말을 앞두고 기업인 특별사면설이 솔솔 나오고 있다.

때마침 23일 일부 언론이 “노무현 대통령이 다음달 25일 성탄절을 맞아 남북 경제협력에 큰 역할을 한 기업 사면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해 이런 분위기를 띄웠다. 청와대는 천호선 대변인을 통해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즉각 부인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연말 사면에 대한 기대가 가라앉지 않는다.

 그 배경에는 올 8·15 광복절 때 경제인 사면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정이 깔려 있다.

당시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는 분식회계나 불법 정치자금 제공 등의 혐의로 처벌받은 경제인 63명의 특별사면을 정부에 건의했으나 무산됐다.

청와대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오해받을 수 있다”고 거절했다. 그러나 다음달 19일 대선이 끝나면 청와대는 이런 여론의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정권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현 정부에서 사법처리된 인사에 대해 ‘결자해지’ 하겠다는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는 것. 김영삼·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도 임기 중에 대선 뒤 성탄절과 정초를 앞두고 특사를 단행한 바 있다.

 사면 대상자로 거론되는 기업인은 7월 대한상의가 사면을 건의한 63명이 주축이 될 것 같다.

당시 명단에 오른 인물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최순영 전 대한생명 회장, 정몽원 한라건설 회장,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 등이었다. 또 분식회계 혐의를 받은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 김윤규 전 현대건설 사장의 이름도 들어 있다.

여기에 폭행 혐의로 실형을 겪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대상에 들지 관심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대법원의 최종심을 기다리는 상태라 연말 사면 대상에 끼기는 힘들 전망이다.

 그러나 기업인 특별사면 여부는 ‘삼성 특검법’과 추징금 납부 문제 같은 변수에 크게 좌우될지 모른다. 연말에 삼성을 겨냥한 수사가 대대적으로 벌어지면 경제인 사면 카드를 꺼내기가 머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사면하더라도 추징금 납부 여부 같은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현상·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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