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에서>국내.해외通감독의 IQ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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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LG트윈스와 태평양돌핀스의 경인전철 시리즈가 벌써 3차전이 됐다. 우승팀이 정해질 때까지 당분간 수도권이 꽤나 시끄러울 것같다. 전철 시리즈하면 생각나는게 1955년의 뉴욕 지하철 시리즈다.1947년부터 1956년까지 10년사이에 무려 여섯차례나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은 앙숙 뉴욕 양키스와 브루클린 다저스였다. 그러나 번번이 양키스의 승리로 끝나고 브루클린행 지하철은「통곡의 지하철」로 이름 붙여졌다.
당시 양키스의 감독은 명장 케이시 스텐젤.「떠벌이」「어릿광대」란 별명을 갖고있던 스텐젤은 언제든 자기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고 기자들을 만나 조 디마지오와 요기 베라를 자랑하곤 했다.
1941년부터 다섯차례나 월드시리즈에서 양키스에 당한 다저스는 그동안 감독을 네차례나 갈아치워 1955년의 감독은 메이저리그 감독 초년생인 월터 앨스턴.
앨스턴감독은 스텐젤과는 달리 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절대 하지 않는 과묵형 감독이었다.
처음 두게임을 스텐젤이 이기고 다음 세게임을 앨스턴이 이긴뒤다시 6차전에서 스텐젤이 이겨 3승3패,최종승부는 7차전에서 가려지게 되었다.
스텐젤은 7차전에 2차전의 승리투수였던 노장 에이스 토미 바이언을 선발로 내세웠고,앨스턴은 예상을 뒤엎고 23세의 풋내기왼손투수 자니 파드레스를 선발로 내세웠다.파드레스는 시즌중 9승10패를 한 그저 그런 투수.
그러나 결과는 파드레스의 2-0 완봉승으로 끝났고 다저스는 팀창단 이후 최초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으며 브루클린행 「통곡의 지하철」은 「환희의 지하철」로 탈바꿈했다.
올해 경인전철 시리즈에서 맞붙은 두 감독의 스타일도 어지간히대조적이다.
LG 이광환(李廣煥)감독은 일본과 미국에서 1년씩 정식 야구수업을 한 정통 해외파.특히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시절 배워온자율야구를 일본식 관리야구에 젖어있던 한국야구에 이식시킨 선구자로 손꼽힌다.
이에 반해 태평양 정동진(丁東鎭)감독은 독학으로 자수성가한 순수 국내파다.그는 외국의 기술서적을 빌려다 대학생들에게 번역시켜 밤을 새워 10여차례씩 읽는 독학.자수성가형이다.
李감독이 스텐젤처럼 외향적인 반면 丁감독은 앨스턴감독보다 더의뭉한 크렘린이다.
큰 경기에선 감독의 역할이 49%다.나머지 51%는 자니 파드레스같은 느닷없는 슈퍼스타의 출현,혹은 어처구니없는 결정적 실수의 몫이다.
과연 올해의 「환희의 지하철」은 잠실행일까,아니면 인천행일까. 한국시리즈중 잠실↔인천행 지하철과 전철의 배차량을 더 늘려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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