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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北美회담 타결-남북대화 전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北-美회담 타결로 남북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핵문제에 모든 것을 걸어왔다.
그러나 北-美합의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더 이상 핵문제에 집착할 수 없게 됐다.
미국은 이 상태에서 경수로(輕水爐)를 지원하기로 이미 합의했고,우리도 여기에 동참하지 않을수 없는 처지다.
미국은 북한과 관계개선에 나섰고 무역장벽도 없애기로 해 이 합의는 일본등 다른 우방국들의 대북(對北)정책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 뻔하다.
이홍구(李洪九)부총리도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정부의 그동안 대북정책이 핵문제를 중심으로 굴러와 주객(主客)전도현상을 보여왔다고 반성했었다.
정부는 이같은 인식을 근거로 최근 들어 대화분위기를 조성하는방향으로 돌아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도 지난 15일 한 지방지와의 인터뷰에서『핵문제가 해결되면 보다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말해 제네바 합의후 상당히 유연하게 대응해갈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고민은 핵문제를 수년간 다뤄오면서 남쪽 내부에서 보수와진보간 갈등현상이 너무 심각한 골을 만들고 있어 정책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상태로는 강경정책이든,온건정책이든 어떤 대북정책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어렵다.정부당국자들이 부쩍 여론형성층과 잦은 접촉을 하며,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정상회담은 물론 기본합의서에 명시된 각종 공동위원회.
핵통제공동위.적십자회담.체육회담등 모든 대화선을 가동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李부총리는 또 15일 제네바회담과 관련,『북한의 새 권력체제가 안정속에 출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정부의 공식입장을 정리 발표하는 매우 적극적인 화해의 손짓을 했다.그는『북한의 새정권은 안정속에서 공존공영을 통해 우리와 함께 남북 화해.협력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했다.그러나 아직 북한의 반응은 싸늘하다.조문파동과 단군릉(檀君陵)개건준공식등을 계기로 남측에 끊임없이 비난의 강도를 높여오고 있다.
북한은 제네바회담에서도 끝까지 남북대화문제를 명시하는 것을 반대할 정도로 남측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을 보이고 있다.
권력의 과도기에「흡수통일」을 얘기하고 정권의 붕괴 가능성을 거론하는등 새 정권의 안정을 위협하는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李부총리도『북한이 금방이야 대화에 응하겠느냐』면서『그러나 한달쯤 지나면 긍정적으로 호응해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남북대화가 시작되려면 정상회담문제가 가장 먼저 거론될 수밖에 없다.김정일(金正日)의 승계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김정일이 김일성(金日成)추도회에서 보인 건강상태를 봐서는 정상회담은 상당기간 어려울 전망이다.
가장 손쉬운 것은 北-美간 합의대로 핵통제공동위원회를 다시 열어 상호사찰문제를 논의하는 것이지만 北-美합의 이상으로 효과적인 사찰 규정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당국간 대화와는 달리 민간 경제협력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은 경제인들의 대북경협(經協)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정부도 18일 통일관계장관회의에서 핵문제 이행 정도에 따라획기적으로 경협을 추진키로 했다.
李부총리도 국정감사에서 국내기업이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해 미국의 무역장벽 철폐는우리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金鎭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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