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문화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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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동양은 동양/서양은 서양/둘은 결코 만나지 않으리」-.
190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인도(印度)태생의 영국(英國)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은 『동과 서의 발라드』를 이렇게 시작했다.
그로부터 근 1세기.갈수록 상호 의존적인 글로벌 체제 속에 동과 서는 피할 수 없이 맞닥뜨리고 있다.내키지 않을 수도 있는 화해,이는 곧 문화적 충돌의 과정이다.
경제성장으로 교육받은 중산층이 확산되면서 개인의 권리.자유의욕구는 날로 늘고 있다.보편적 가치가 아닌「서구적(西歐的)가치」로 이를 애써 구분,「규율」속에 가두려는 과정에서 「문화전쟁」의 양상을 빚고 있다.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 태국(泰國).
인도 대륙으로 그 전선은 확대 일로다.
선봉장은 싱가포르의 리광야오(李光耀)前총리다.『개인의 바탕은가정이고 사회는 가정의 연장이다.부모와 어른을 공경하고 개인의권리는 전체사회의 보다 큰 권리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존중되는 것이 동아시아적 가치』라고 그는 요약 한 적이 있다.
한국(韓國)과 중국(中國).일본(日本).베트남을 하나로 묶었다.서구식 민주주의보다 규율이 더 바람직하다는 사회적「회초리론」이다. 끔찍한 사건들을 거푸 겪고난 충격으로 우리 사회에도 도덕 재무장과 함께 회초리론이 급거 부활하고 있다.이 과정에서 걱정은 모든 것을 「서구적 물질만능」탓으로 돌리는 이분법(二分法)이다.
우리말에 「교편(敎鞭)」은 채찍을 뜻한다.「매를 아끼면 아이를 그르친다」는 속담은 서양에도 있다.대다수 서양의 젊은이들이행복의 조건으로 돈보다 보람있는 일을 중시하고,성관계가 문란하다는 미국도 섹스 파트너는 한 여성 뿐이라는 성 인남자가 80%이상을 점한다고 한다.
몇몇 극단적인 사건으로 사회 전체가 당장 어떻게라도 될 듯 한국의「냄비」는 또 한번 달달 끓고 있다.교과 개편등 도덕교육의 강화는 어느 때고 바람직하지만 극(極)과 극을 오가는 우리사회의 시계추가 항상 문제다.
천민(賤民)자본주의적 일부 작태,사회 저변에 뿌리깊은 부패구조,박탈감과 소외감을 가진 계층의 극단적 적대의식이 크고 작은충격들을 몰고온다.
이는 「서구적 가치」와는 무관하다.「야타족」역시 설익은 우리자동차문화의 산물이다.우리 자신과의 싸움이지 바깥 적들과의 「문화전쟁」으로 비약함은 자기기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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