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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쿄, 대구백화점 심벌마크 베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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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백화점에 다니는 윤모(40)씨는 이달 초 일본 도쿄(東京)를 처음 방문하고 화들짝 놀랐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심벌이 도쿄 도심 한복판 곳곳에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도쿄도 관공서, 도쿄 지하철ㆍ시내버스 차량과 노선 안내도, 관용차량에도 심벌은 빠지지 않고 표시돼 있었다. 김씨는 신기하기도 하다가도 금새 어깨가 으쓱해졌다.

인구 1300만의 거대도시 도쿄도(東京都)의 심벌마크와 대구를 대표하는 중견 유통업체인 대구백화점의 CI(Corporate Identity)가 형태는 물론 색깔까지도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다. 국내 기업과 해외 정부기관이 심벌마크가 비슷해 화제가 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심벌 표절 논란은 주로 국내외 기업 간에 있어왔다.

도쿄도 홈페이지(www.metro.tokyo.jp)에 따르면 도쿄의 심벌은 도쿄의 영문 이니셜 ‘T’를 중심으로 은행나무잎을 닮은 3개의 아크로 구성돼 있다. 상징은 도쿄의 미래 성장ㆍ매력ㆍ평온을 상징한다고 밝히고 있다. 초록색은 은행잎의 색깔을 따랐다. 은행나무는 도쿄의 상징목이다.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 본사를 둔 대구백화점의 심벌마크는 모양은 거의 같지만 담긴 의미는 다르다. 백화점 측은 “대구의 옛 영문표(Taegu) 이니셜 T를 주제로 두 손을 위로 뻗친 상태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했으며 새로운 희망ㆍ얼굴ㆍ출발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양측이 상징마크를 제정한 시점이다. 도쿄도가 현재의 심벌마크를 채택한 것은 1989년 6월 1일. 하지만 ‘대구백화점 50년사’에 따르면 대구백화점이 CI를 제정한 것은 1986년 5월 1일. 같은 해 특허청에 서비스 상표로 등록됐다. 그렇다면 대구백화점이 도쿄도보다 3년 1개월이나 먼저 CI를 제정했다. 백화점 측은 홈페이지에서 자사 CI가 같은해 7월 대구백화점 카드에 사용됐다고 밝혔다.

대구백화점은 CI를 당시 제작광고부에서 만든 것이어서 디자이너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도는 해를 상징하는 문양을 사용해오다 공모를 거쳐 현재의 심벌마크를 추가했다. 당시 도쿄도 심벌마크 선정위원회는 공모전에 출품된 20점 가운데 디자이너 요시무라 레이지로(吉村禮次)의 출품작을 선정했다. 도쿄도의 로고는 현재 도쿄도가 주최ㆍ후원하는 공식행사 뿐 아니라 도쿄 지하철ㆍ시내버스ㆍ관용차량 등에 부착돼 널리 사용되고 있다.

대구백화점 홍보실 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썼다는 점에서 직원들도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같은 업종에 있는 기업도 아니어서 법적 대응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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